反中 강화 나선 美, 한국 콕찍어 ‘첩보-기밀 동맹’ 합류 손짓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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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中-러 위협 대비 동맹 넓혀야”
‘韓-日-印-獨 포함’ 법안 군사위 통과


美, 정보동맹 ‘파이브아이스’에 한국 포함 추진
미국 의회가 영미권 5개국의 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 참여국을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민감한 외교안보 기밀을 공유하는 핵심 동맹체 확대 대상으로 한국이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2일(현지 시간) 관련 내용이 포함된 2022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 중 군사위 산하 정보특수작전소위가 외국과의 정보 공유 체계를 다룬 부분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으로 구성된 파이브아이스를 다른 민주주의 국가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위는 개정안에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주된 위협으로 인해 파이브아이스 구성 이후 위협의 지형이 광범위하게 변해 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강대국 간 파워 경쟁에 직면한 시점에 파이브아이스는 더 긴밀히 협력하면서 가치관을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들로 신뢰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확대 대상 국가로는 한국을 가장 먼저 꼽은 뒤 일본, 인도, 독일을 들었다. 한국이 포함되면 동맹으로서 위상 제고와 함께 대북 정보전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 견제를 위한 역할 확대를 요구받을 수도 있다.

反中 강화 나선 美, 한국 콕찍어 ‘첩보-기밀 동맹’ 합류 손짓
파이브아이스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과의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맺은 ‘정보 공유 협약(UKUSA)’에서 출발했다. 이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합류하며 지금의 틀을 갖췄다. 이들 5개국은 외교안보 관련 핵심 첩보와 민감한 기밀을 실시간 공유한다. 미국이 신뢰하는 영미권의 민주주의 동맹국들만 소수 포함돼 있다.

미국 의회가 이런 파이브아이스의 범위 확대 문제를 검토할 의향을 내비친 것은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무서운 기세로 군사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을 규합하고, 이들과 공유하는 정보의 수준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거론한 4개국 중 한국과 일본, 인도는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 및 파트너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을 종료한 뒤 진행한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은 2021년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맞설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며 ‘중국과의 심각한 경쟁’을 언급한 것은 이런 미국의 전략 목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은 그동안 파이브아이스 가입을 위해 집요한 물밑 외교전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밀착하던 시기엔 일본을 포함하는 6개국으로 ‘식스아이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의회는 이번 국방수권법안 개정안에서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거론했다. 한국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정보 접근성이 좋고 미군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다는 점,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로는 최대 규모인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운용하며 각종 대북 정찰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점 등에서 정보 공유 수준을 높일 만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초안에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고 해서 한국이 당장 파이브아이스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권고사항이 국방수권법에 담기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상하원의 개별 군사위 심사→본회의 통과→상하원 합동위원회의 조문화 작업→최종안에 대한 상하원 표결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개정안이 확정된다고 해도 파이브아이스 확대의 최종 결정권은 의회가 아닌 행정부에 있다. 기존 참여국들의 동의, 추가되는 국가와의 기밀정보 공유 협정 등도 거쳐야 한다. 개정안은 국가정보국(DNI)이 국방부와 조율해 참여국 확대 시 이점과 위험성, 기술적 한계, 각국의 기여도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내년 5월 20일까지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한국 군 소식통은 “(추가 참여국에 포함되면) 대북 감시를 위한 한미동맹 수준의 정보 공유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최고 수준의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열린다”며 “이는 한국의 위상 강화와 효과적인 안보전략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중국 견제이기 때문에 파이브아이스도 중국 견제를 위해 움직일 것”이라며 “한국이 참여하면 정보력과 국격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겠지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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