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출 쿠다다디, 패럴림픽 꿈 이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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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출전… 경기는 졌지만 ‘영웅’

2일 지요다혼 이사코바(우즈베키스탄)를 상대로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경기를 치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오른쪽). 지바=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2일 지요다혼 이사코바(우즈베키스탄)를 상대로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경기를 치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오른쪽). 지바=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나는 이렇게 웃으며 무대 위 주인공 됐지. (나를 괴롭히던) 너는 저 멀리서 나를 지켜봐.”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는 말 그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깜깜한 경기장에 들어섰다. 홀에는 미국 록 밴드 ‘이매진 드래건스’가 부른 ‘선더’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노래 가사처럼 쿠다다디는 이 경기뿐 아니라 2020 도쿄 패럴림픽의 주인공이 된 듯했다.

2일 오전 10시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는 패럴림픽 역사상 첫 번째 태권도 경기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태권도의 첫날 첫 경기에 바로 쿠다다디가 나섰다. 이날 쿠다다디는 여자 49kg급 16강전 상대인 지요다혼 이사코바(23·우즈베키스탄)보다 먼저 소개됐다.

쿠다다디는 원래 지난달 16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출국이 무산되면서 패럴림픽 출전이 불가능할 줄 알았다. 이후 국제 사회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도쿄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발차기로 먼저 첫 포인트를 따낸 쿠다다디는 1회전을 5-6으로 마치며 접전을 펼쳤으나 3회전 승부 끝에 12-17로 패했다. 쿠다다디는 패자부활전에서도 빅토리야 마르추크(31·우크라이나)에게 34-48로 패하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쿠다다디는 왼팔에 선천적인 장애가 있다. 그는 승패와 관계없이 이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패럴림픽공동취재단
#아프간 탈출#쿠다다디#패럴림픽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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