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백발 노인 마음 움직인 ‘배려’…‘코로나 격려금’ 700만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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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2일 1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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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예방 접종을 위해 동 주민센터에서 한 손 한 손 잡고 조심스럽게 버스를 태워주고, 타고 온 버스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명패를 착용해주고, 접종 전후에 수시로 전화해 상태를 묻는 배려가 그동안 겪어본 것 중 최고의 행정서비스였습니다.”

퇴직 공무원인 임양원 옹(92)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고생하는 공무원을 위한 성금 700만 원을 기탁하며 한 말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백발의 임 옹은 지난달 31일 전북 완산구 서노송동에 위치한 전주시청을 찾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3층 시장 비서실로 들어간 임 옹은 재킷 안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봉투를 하나 꺼냈다. 봉투 겉면에는 ‘코로(나) 예방 공무원 격려금’이라고 쓰여 있었다.

임 옹은 성금을 기탁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방역과 보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후배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후배들을 격려할 수 있는 작은 기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시민을 위해 고생하는 공무원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 옹은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1990년 퇴직했다. 이후 전주기접놀이 명예회장 등을 역임하며 전주 문화 발전에 힘썼다. 전주기접놀이는 전주시 삼천동과 평화동의 여러 마을에서 농기(農旗)를 가지고 벌이던 민속놀이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 무렵까지 성행했다. 이후 1956년까지 간헐적으로 전승이 이뤄지다가 중단됐다. 1974년 풍남제 행사 때 다시 재현돼 매년 백중일에 기접놀이가 행해지고 있다.

전주시는 임 옹의 뜻에 따라 기탁된 성금 700만 원을 코로나19 방역 현장 공무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물어 지원할 예정이다. 전주시 복지환경국 관계자는 “후배들을 사랑하는 선배의 따뜻한 마음에 후배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겼다”라면서 “앞으로 더욱더 코로나19가 소멸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최고의 방역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무너뜨린 우리의 일상을 회복하는데 한 줄기 빛처럼 내리쬐는 시민들의 소중한 기부”라며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과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시민들이 있기에 우리는 위기 극복의 희망을 본다”라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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