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패럴림픽 첫 데뷔전, 종주국 韓선수 단 1명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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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기(國技)’ 태권도가 2일 마침내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인다.

태권도는 2015년 1월 3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회에서 배드민턴과 함께 도쿄 패럴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됐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는 당시 “WT의 꿈이 이뤄진 것일 뿐 아니라 전세계 장애인태권도 선수들의 꿈이 이뤄진 것”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날 이후 세월이 6년 반 흘렀다. 2일 오전 10시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첫 경기가 막을 올린다. 역사적인 태권도 패럴림픽 데뷔전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자키아 쿠다다디(23)라는 사실이 드라마틱하다.

쿠다다디
쿠다다디는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연속 동메달을 획득한 ‘아프간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로훌라 니크파이(34)를 TV로 보고 태권도를 시작했다. 쿠다다디는 이날 여자 49㎏급 16강에서 지요다콘 이자코바(23※우즈베키스탄)와 첫 대결에 나선다.

세계 챔피언 4회, 유럽 챔피언 4회에 빛나는 ‘레전드’ 리사 게싱(43·덴마크)은 여자 58㎏급에서 초대 패럴림픽 챔피언을 노린다. 게싱은 “6년 반은 선수에게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모든 선수들이 패럴림픽의 목표 하나로 아주 오랜 기간을 달려왔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한국에서는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세계 12위)이 3일 오전 10시 반 남자 75kg급에서 첫 경기에 나선다. 상대는 세계 5위 마고메드자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다. 주정훈은 ‘태권도 종주국’ 한국 최초 패럴림피언이자 이 대회 유일한 출전선수다.


두 살 때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새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잃은 주정훈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비범한 재능으로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주변 시선에 상처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의 꿈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2017년 12월 다시 도복을 입었다. 주정훈은 올해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아시아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해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패럴림픽 태권도가 6년 반 기다림 끝에 도쿄에서 첫 발을 떼는 의미 있는 자리에 ‘종주국’ 선수가 단 1명뿐이며, 여성 선수는 전무하다는 사실은 아쉽다. 터키는 남녀 6체급에 6명이 모두 출전권을 따냈다. 러시아에서는 남자 3명, 여자 1명,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남녀 각 2명 등 총 4명이 이 대회에 출전했다. 주최국 일본도 남자 2명, 여자 1명 등 총 3명이 나선다.

이에 대해 국내 태권도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만 신경 썼을 뿐 국내 장애인 태권도 저변 확대나 선수 발굴에는 무심했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는 “다른 나라보다 예산 지원이 늦어졌고 선수들 랭킹 포인트도 낮다. 3년 후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기초 종목 육성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선수를 발굴하겠다. 주정훈 이외에도 1, 2명을 더 출전시킬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금메달은 ▽남자 △61㎏ △75㎏ △75㎏초과급 ▽여자 △49㎏ △58㎏ △58㎏초과급 등 6개다. 양쪽 팔 모두 팔꿈치 아래 장애가 있는 K43과 한쪽 팔 또는 다리 기능에 제약이 있는 K44 등급을 통합해 진행한다.

태권도를 전파한 200여 개국 중 현재 장애인 태권도 프로그램을 시행중인 나라는 80여 개 국. 도쿄 대회에는 남자 27개국 36명, 여자 26개국 35명이 출전한다.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는 경기 규칙도 비장애인 올림픽과 조금 다르다. 유효타는 2점, 180도 발차기는 3점, 360도 발차기는 4점이지만 도쿄 패럴림픽 경기에서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머리공격(3~5점)은 허용하지 않는다. K43, K44가 손목 절단 장애 유형인 만큼 몸통 부위 주먹공격(1점)도 금지다.

채점방식도 다르다. 예를 들어 뒤차기의 경우 비장애인 올림픽에선 4점이지만 패럴림픽에선 3점이다. 올림픽에선 16강 이후 패한 선수만 패자부활전에 나갈 수 있짐나 패럴림픽에서는 모든 선수가 패자부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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