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거녀 아들 잔혹살해’ 범인들, 볼썽사나운 공방

  • 뉴시스
  • 입력 2021년 9월 1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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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거녀의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 일당이 서로 살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떠넘기며 볼썽사나운 공방을 벌였다. 이는 살인을 예측하지 못 한 이른바 ‘우발적 살인’ 주장을 통해 형량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는 1일 오후 살인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백광석(48)과 김시남(46)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백씨에게는 가스방출과 상해, 특수재물손괴 등 총 8개의 혐의가 적용됐다.

앞서 이들은 지난 7월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피해자 집 주변을 답사한 뒤 18일 오후 3시께 결국 계획을 실행에 옮겨 피해자 A(15)군을 살해했다. 집안에서 A군을 맞닥뜨린 이들은 주먹과 발 등으로 폭행하고 청테프로 온몸을 묶어 피해자를 제압했다.

◇‘당신’ 이라고 불러 살해 결심…김시남도 살인죄 공동정범
범행 동기는 앙심이었다. A군이 자신을 ‘당신’이라고 부르고 피해자 어머니와의 동거 관계가 틀어지자 이들 모자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백씨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받던 중 범행에 따라나서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법정에 선 두 피고인들은 사망한 피해자에게는 사죄한다면서, 살인 행위의 책임은 자신들에게 없다는 입장을 내놔 향후 공방을 예고했다.

그러나 다른 공범의 범행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함께 범행을 실행한 것으로 보는 형법상 공동정범의 구성요건에 따라 백씨 등 2명은 동일한 죄책과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을 마치고 뉴시스를 만난 피해자 측 변호인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회피하고 있는 모습이다”며 “살인이라는 결과가 나타난 이상 서로 다투더라도 법리상 동일한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A군을 직접 제압하고, 피해자의 허리띠로 목을 감는 등 범죄를 구성하는 중요 행위를 모두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피해자 A군의 숨이 끊어진 계기도 김씨가 백씨로부터 건네받은 허리띠를 힘껏 잡아 당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전 백씨는 김씨에게 “내가 피해자를 죽이게 되면 나도 같이 죽을 것이기 때문에 네가 적발되지 않으니 나를 도와달라. 일이 잘못되면 내 카드로 돈을 인출해서 사용하면된다”고 설득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피해자에게 미안하지만…” 김씨, 혐의는 부인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도 피해자가 숨진 것에 대해서는 두 피고인 모두 “미안하다. 피해자 어머니에게도 죄송하다.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며 미리 준비한 듯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피해자가 죽을 죄라도 지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김씨는 “아무런 죄가 없다”며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법정 한켠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피해자 어머니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검찰은 살해 행위에 대한 주도적 역할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백씨를 증인으로 신청, 다음 기일에 신문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재판부는 9월29일 오후 3시 같은 법정에서 2차 공판 기일을 열어 증거조사를 벌인다. 2차 기일에는 검찰이 신청한 4명의 증인이 나와 피고인 양측의 범행 과정을 설명하게 된다.

한편, 제주경찰청은 지난 7월26일 오전 신상 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들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피의자들이 사전에 범행을 모의하고 범행 도구를 구입하는 등 계획적인 범행임이 확인됐다”며 “성인 2명이 합동해 중학생을 살해하는 등 신상공개의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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