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자율성 침해 사학법 강행… 사학들 “차라리 국가가 인수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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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입법 폭주]사립학교-野 반대에도 사학법 통과

사립학교 교사 채용 시 1차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의무 위탁하는 내용이 담긴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남훈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협의회장(왼쪽)은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학에 대한 조종이 울리고 있다”며 “사학 죽이는 사학법을 철폐하라”고 주장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사립학교 교사 채용 시 1차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의무 위탁하는 내용이 담긴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남훈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협의회장(왼쪽)은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학에 대한 조종이 울리고 있다”며 “사학 죽이는 사학법을 철폐하라”고 주장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추진한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루 전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면서, 국민의힘은 개정안 내용을 대폭 고친 수정안까지 만들어 제출했다. 그러나 결국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여당이 주도한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사학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는 사학에 지원하는 교사 임용 후보자는 사학이 아닌 교육청이 출제한 필기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사학은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과 별개로 신규 정규 교사 채용을 축소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 사학들 “차라리 국가가 인수하라”
이날 본회의에서는 사학법 개정안과 수정안의 표결을 놓고 여야가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사학이 교사를 신규 채용하는 공개전형을 실시할 때 필기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의무적으로 위탁하게 하는 조항을 두고 고성이 오갔다.

특히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해직교사를 부당하게 특별채용한 의혹으로 공수처 조사를 받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례를 언급하며 “교육청에 사학 채용 필기시험 위탁을 강제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정 의원은 “극소수 사학의 비리를 내세워 자율성을 빼앗고 자주적 운영을 막아 사학을 말살하려는 개정안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반대 토론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지 않고 자율성만 높이겠다는 건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맞섰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사립초중고협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사학 죽이는 사학법을 철폐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인 이사장 30명이 릴레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모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이라는 경찰의 제지에 윤남훈 회장만 발언에 나섰다. 윤 회장은 “사학에 대한 조종(弔鐘)이 울리고 있다”며 “사학경영인 당사자와 협의 한 번 없이 의석만 믿고 ‘사학 운영의 자유’ 헌법질서를 파괴하려는 독재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영화된 사학을 차라리 감정 평가해 국가에서 인수하라”고 비판했다. 반면 교육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개정안으로 인해 초중등 사학 교원 채용의 투명성과 공공성이 제고돼 국민의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인사·운영권까지… 훼손된 사학 자율성
개정안 통과로 내년부터 대부분의 교육청은 사학에 지원하는 교사 임용 후보자에 대해서도 공립교사 임용시험과 동일한 날, 동일한 과목(교육학과 전공)으로 시험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사립초중고협회 관계자는 “건학이념에 맞는 교사를 직접 뽑을 수 없는 만큼 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정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 시행과 별개로 교육청이 사학 채용의 전 과정 위탁을 요구한 경기 지역의 경우, 당장 올해부터 사학의 신규 교사 채용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교육청은 2022학년도 신규교사 채용의 전체 과정을 위탁하지 않고 단독 채용하는 법인에는 교사의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저출산으로 공립학교 교사 채용 규모까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임용 절벽’이 공·사립을 막론하고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문기구인 사학의 학교운영위원회는 공립학교처럼 심의기구로 격상된다. 내년 3월부터 사학은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학교 회계 예산을 이사회에서 확정할 수 있다. 결산도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법인이 설립해 운영하는 사학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립학교처럼 지역주민 등에게 학교 경영 책임을 맡기게 되는 셈이다.

또 시도 교육청은 학교장뿐 아니라 교직원에 대한 징계요구를 따르지 않은 사학의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사학의 사무직원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일을 했을 때 법인은 반드시 징계해야 한다. 만약 위법한 행동이 교육청 조사로 드러날 경우 교육청은 해당 직원의 징계를 요구하고, 법인은 따라야 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사립학교법#본회의 통과#자율성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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