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쓸 수 없도록”… 美, 장비 부수고 떠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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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미사일 방어체계 등 무력화
트럼프 “100조원 美장비 반환돼야”

미군이 두고 간 무기 들고 환호하는 탈레반 31일(현지 시간) 새벽 미군 군복을 입은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진입을 앞두고 환호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밤 마지막 남은 일부 미군까지 카불
 공항을 떠나면서 공항도 탈레반 통제 아래로 들어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군이 두고 간 무기 들고 환호하는 탈레반 31일(현지 시간) 새벽 미군 군복을 입은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진입을 앞두고 환호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밤 마지막 남은 일부 미군까지 카불 공항을 떠나면서 공항도 탈레반 통제 아래로 들어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완료한 미군이 마지막 순간까지 핵심 군사장비를 ‘무력화(demilitarize)’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레반, 이슬람국가(IS) 등 아프간 내 이슬람 무장단체가 미국의 최신식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고장을 내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것이다. 미군이 무력화한 장비에는 공항 내 미사일 방어체계 ‘C-RAM’, 장갑차 70대, 험비 27대, 항공기 73대 등이 포함됐다.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철군 종료 약 2시간 뒤 열린 국방부 기자회견에 화상으로 참석해 “카불 국제공항에 남겨진 군장비를 모두 무력화했다. 앞으로 아무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최근 IS가 미군을 향해 발사한 로켓을 격퇴할 때도 쓰인 C-RAM은 철군의 마지막 순간까지 작동을 유지시킨 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철군하는 미군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군 철수 후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카불 공항 격납고에서 미군이 남기고 간 헬기 등을 확인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헬기는 창문과 문이 부서지고, 비행에 필요한 항공전자장비 등이 훼손됐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그간 미군이 아프간군에 지원했던 소총, 장갑차, 블랙호크헬기 등을 획득한 만큼 카불 공항에 남은 일부 장비의 무력화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850억 달러(약 100조 원)의 미 군사장비가 즉각 미국으로 반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탈레반에 군사력으로 대응하거나 최소한 장비를 폭격해야 한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탈레반#방어체계#미군철군#무력화#군사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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