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아프간 소년의 눈빛… 미군 철군 사진 보자 떠오른 그때[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1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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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지역에 있는 파키스탄 토르크햄 마을 입구. 아프가니스탄 난민 아이들이 ‘미국은 물러가라’는 영문 글자가 선명하게 쓰인 돌담 위에 앉아 있다. 2001년 9월 21일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지역에 있는 파키스탄 토르크햄 마을 입구. 아프가니스탄 난민 아이들이 ‘미국은 물러가라’는 영문 글자가 선명하게 쓰인 돌담 위에 앉아 있다. 2001년 9월 21일
“미국은 집으로 돌아가라” 담벼락에 누군가 쓴 글씨 위에 소년들이 앉아 카메라를 보고 있다. 20년 전 아프가니스탄 접경의 파키스탄에서 내가 찍은 사진이다.

나는 지난 한 달 동안 미국과 아프간 사태를 뉴스로 접하면서 20년 전의 미국과 아프간의 사태를 누구보다 현지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2001년 미국의 9.11테러가 발생하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할 것을 예상해 사흘만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역으로 급파해 한 달여 동안 접경지역에서 취재를 했다. 당시 국내 언론 중에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기억이 난다.

아프칸인들은 오랜 세월동안 내전에서 세월을 보낸 만큼 미국의 공격을 예상해 지형이 험한 산을 넘고 넘어 파키스탄으로 피난의 길로 들어섰다. 난민캠프에서 전쟁의 잔혹함은 피할 수 있었지만 인생의 고단함은 난민캠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아이들은 난민캠프에서 버려진 쓰레기더미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을 뒤지거나 한 아이는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찾아내 배고픔을 대신해야 하는 삶을 어릴적 부터 보내야만 했다.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어왔지만 미국이 카불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불안해서인지 숨을 곳을 피하기 위해 흙을 파는 모습을 카메라로 사진을 찍자 렌즈를 총으로 오인해 혼비백산해 소리 지르며 도망가는 아이들이었다. 온통 전쟁의 문화에서만 자란 아이들이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8월 31일 마지막 미군 병력을 태운 수송기가 카불공항을 떠나면서 20년의 세월동안 치러진,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시간의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났다.

2001년 9월 21일 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으로 가는 험준한 산골 마을에서 만난 한 꼬마아이들. ‘Go Back America’가 현실화된 오늘, 그들은 행복할까 궁금해진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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