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선수촌장 “선수에게 훈련을 안 시키는 것이 인권침해죠”

유재영 기자 입력 2021-08-31 14:45수정 2021-09-0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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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자신의 근육이 쓸 수 있는 힘의 120%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야 메달이 나온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을 이끌었던 신치용 진천선수촌장(66)은 올림픽 기간 한국 선수들이 나선 경기장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양궁 대표팀을 비롯해 체조, 근대 5종, 육상 높이뛰기 등에서 기적을 쓴 선수들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훈련을 했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자기가 가진 능력 100%를 발휘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최적의 훈련 환경, 분위기를 제공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훈련 제일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는 지난달 31일로 2년 6개월 간의 선수촌장 임기가 끝났다. “오랜만에 월급 못 받는 백수가 됐다”는 그는 올림픽을 통해 ‘훈련량은 결코 선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의 결과물은 선수들이 원없이 훈련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선수 존중을 전제로 지도자가 선수와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 확신이 섰어요. 지도자는 자신을 표현해주는 게 선수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선수에게 적절한 ‘힘듦’을 주면서 옆에서 지켜봐주고 에너지를 주며 이겨내도록 해야죠. 인권과 강훈련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으면 안 됩니다. 훈련을 안 시키는 건 인권침해죠. 소통과 설득으로 선수들이 지도자를 이용하게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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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했던 유도, 태권도 등 투기 종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한 훈련량 부족, 실전 감각 저하 등으로 고전했다. 특히 체력의 절대 열세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근육이 60~80%의 힘만 기억하고 있으면 강자를 이길 수가 없죠. 지도자가 안 끌어주면 선수는 자기 힘 이상을 쓰는 훈련을 할 수 없습니다. 적절한 불안감을 갖고 훈련을 이겨낼 때 얻는 보람은 ‘필살기’가 되고, 메달이 됩니다.”

그는 선수촌도 긍정적인 훈련 의지를 불러 일으키는 행정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자신도 ‘장외’ 선수촌장으로 돕겠다고 했다.

“양궁과 펜싱 지도자들이 도쿄 올림픽 경기장과 같은 훈련장을 마련해달라고 했어요. 다른 지도자들도 욕심이 있어야 합니다. 선수촌은 서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존중하며 적극 훈련을 하겠다는 지도자와 선수를 ‘손님’으로 잘 모시는 고급 호텔이 돼야 합니다. 저도 기회를 준 한국 스포츠에 계속 보답할까 합니다. 집에 저뿐만 아니라 아내(전미애 씨), 딸(신혜인), 사위(박철우) 등 국가대표 출신이 4명이나 있지 않습니까.”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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