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탁구 주영대, 도쿄 패럴림픽 첫 애국가 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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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단식서 한국 첫 금은동 싹쓸이
주영대-김현욱 나란히 金-銀
맏형 남기원 리우 이어 2회 연속 銅

세계랭킹 1위 주영대(오른쪽)가 30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탁구 남자 단식 TT1 결승전에서 김현욱과 금메달을 놓고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3-1로 이긴 주영대는 이번 대회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이 됐다.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세계랭킹 1위 주영대(오른쪽)가 30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탁구 남자 단식 TT1 결승전에서 김현욱과 금메달을 놓고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3-1로 이긴 주영대는 이번 대회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이 됐다.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시상대에 나란히 올라 하늘 높이 내걸린 태극기 3개를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30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 TT1 시상식. 세계랭킹 1위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세계랭킹 5위)이 은메달, ‘맏형’ 남기원(55·광주시청·3위)이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결승에서 주영대는 후배 김현욱을 3-1로 꺾고 우승했다. 준결승에서 주영대에게 지며 동메달을 차지한 남기원은 관중석에서 두 선수의 경기를 지켜봤다. 한국이 패럴림픽에서 단일 종목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주영대는 “(은메달을 땄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못 한 걸 이번에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태극기 세 개가 올라가는 걸 보고 애국가를 따라 부르니 울컥하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체육교사를 꿈꾸며 경상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주영대는 1994년 여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4년간 집 밖에 나오기 힘들 만큼 큰 시련에 빠졌던 그는 PC통신을 통해 여러 장애인들과 동병상련을 나누며 서서히 몸과 마음을 회복했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중 한때 평생 진로로 생각했던 스포츠가 다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8년 재활 운동으로 탁구를 시작했다. 운동 신경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경남장애인탁구협회 사무국장 등 장애인 스포츠 행정가 활동도 시작했다.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현욱은 “다 같이 메달을 따자고 했었는데 이루고자 했던 걸 이뤘다. 다들 메달 색깔은 달라도 웃을 수 있게 돼 정말 좋다”고 기뻐했다. 2011년 낙상 사고 후 지인의 추천으로 탁구를 만난 김현욱은 포핸드 드라이브가 장기로 2018년 세계장애인탁구선수권 금메달을 통해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이어 패럴림픽 2회 연속 동메달을 딴 ‘맏형’ 남기원은 서른 살이던 1996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2011년까지 15년 동안 병상에서 누워 지내던 그는 생활체육으로 시작한 탁구에 심취해 결국 엘리트 수준으로 실력을 키웠다. 남기원은 “태극기 세 개가 시상대에 나란히 걸리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패럴림픽공동취재단
#주영대#첫 애국가#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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