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말래요” 채용취소 날벼락…상처받는 취준생들

뉴시스 입력 2021-08-29 14:08수정 2021-08-29 14:0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 “면접을 보고 합격했는데요, 일주일 동안 교육을 받았습니다. 내일부터 정상 출근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원래 나오던 사람이 출근하기로 했다면서 갑자기 채용을 취소하겠다고 합니다.”

#2. “회사 면접에서 합격 후 통화로 최종합격을 알려줬습니다. 필요한 서류와 최종합격했다는 사실을 명시한 이메일을 받았고요. 그런데 다음날 갑자기 코로나19로 인해 경영 악화로 채용을 취소하겠다는 말을 전화로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 구직란에 신음하는 청년들이 기업들의 채용취소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시민사회단체에서 나온다.

29일 청년 노동조합을 표방한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지난 5월5일부터 6월9일까지 전국 청년(만 15~39세) 280명을 상대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2.9%가 ‘채용취소 사례를 듣거나 경험한 적 있다’고 답변했다.

주요기사
상당수 청년들이 높디 높은 구직 문턱을 넘은 줄 알았다가, 채용취소 결정으로 재차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직 시장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부당한 채용취소에도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도 나온다. 채용취소 또는 채용지연 소식을 들었을 때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응답한 이들이 49.6%로 절반에 달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지난 26일 ‘사람도 반품이 되나요’ 토론회에서 이같은 통계를 소개한 뒤 “채용취소는 다른 회사에 입사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구직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채용취소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가 없는 한 채용취소는 빈번히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토론회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채용취소에 직면한 다양한 청년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A씨는 “구두로 4월에 입사하기로 했다가 회사에서 5월로 미뤄졌다고 연락받아 동의한 뒤 한달을 기다렸다”며 “최종 출근날짜를 확정하고 근무지 위치 등을 문자로 받았는데, 며칠 뒤 회사에서 채용취소라고 얘기했다. 억울하고 이제까지 수입이 없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B씨는 “3주간 교육을 들었는데 갑자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며 “이유는 내부인원 조정으로 인해 일부 교육생만 합격시킨다는 것이었다. 최저임금 위반과 계약서 미교부로 신고했다”고 제보했다.

또 C씨는 “이직과정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동시에 지원했던 회사에서 계약 내용이 왔지만, 취소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내부 사정으로 채용 취소 통보를 했고, 금전적 피해와 다른 회사 커리어도 놓치게 됐다”고 했다.

단순히 기회 상실을 넘어 채용취소가 구직 청년들에게 깊은 상흔을 새긴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D씨는 “정신적 충격으로 몇개월 동안 휴식기가 필요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는게 매우 힘들었다”고 했고, E씨는 “어디서든 저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아 정신적 충격, 자존감 하락, 우울, 자괴감, 허탈함 같은 감정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사례 발표를 진행한 김강호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채용취소가 구인자에게는 단순히 합격결과를 취소하는 것이지만, 취업을 준비하고 합격소식에 들떴을 청년 구직자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며 “극심한 상실감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고, 스스로를 물건 취급받았다고 여기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권남표 직장갑질119 공인노무사는 “구직자가 채용 과정에서 당하는 불공정 행위나 불리한 처우의 대표적 사례가 채용취소와 지연이며 거짓·허위 채용광고 문제도 심각하다”며 “구직자는 취업을 준비하는 경제적 시간적 노력을 들이게되고, 채용과정과 후에 제시되는 근로조건의 불리한 저하까지도 받아들이게 만든다. 취약한 상태에 놓인 구직자의 권리 보호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