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창원]골목 상권 만드는 상상력, 감성의 로컬 코드가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서울 종로구 계동길에 있는 카페 어니언은 북촌 한옥마을의 특징을 잘 살린 카페다.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해 디자인한 작품 같은 이 장소에는 코로나 시국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18년 초 이곳이 문을 열기 전만 해도 인적 드문 그저 그랬던 동네가 이제는 생기가 넘쳐난다.

카페 어니언은 앞선 2016년에 조그만 동네공장들이 많은 성동구 성수동의 버려진 공장을 카페로 바꿨다. 자동차 공업사와 세차장들로 가득한 곳에 새로운 골목 상권이 형성됐고 성수동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두 곳의 공통점은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 곳이었지만 한옥 기와마을과 후락한 공장지대라는 지역적(로컬) 특징에 자신의 상상력과 재능을 입혀(크리에이트) 창업했다는 점이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역을 뜻하는 로컬과 유튜브 등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크리에이터의 합성어인 로컬 크리에이터는 카페 어니언과 같은 곳이다. ‘골목길 경제학자’ 연세대 모종린 교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골목 상권 등 지역 시장에서 지역 자원,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소상공인’이라고 정의하고 집과 동네 중심으로 재편되는 지역 재생의 구심점으로 주목했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서울의 연남동, 이태원, 부암동, 서촌 등 수많은 골목상권을 만들어냈다. 양양 서핑마을 서피비치, 제주 에일맥주, 강릉 커피, 로컬 푸드 운동을 선도하는 팜투데이블 식당 등 독립적인 지역 산업을 개척하기도 했다. 똘똘한 창의적 소상공인이 버려진 구도심에 들어서면서 상권이 형성되고 이게 브랜드가 돼 더 많은 인재와 가게가 생기고 지역경제가 되살아나는 선순환이다.

팬데믹 이후에는 지역경제를 선도하는 이러한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을 계기로 로컬의 가치, 로컬의 힘을 다시 보려는 인식의 전환이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라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 비대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일상화는 나와 가족, 동네, 커뮤니티 등 내 주변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기회가 됐다. 동네에서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커뮤니티 앱이 뜨고,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동네상권이라는 의미의 ‘슬세권’, 재택근무하면서 집 근처에서 소비하는 ‘홈어라운드소비’라는 신조어가 일상어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심과 주변, 도시와 시골, 주류와 비주류 등의 거친 이분법에서 촌스럽고 뒤처진 하위문화쯤으로 치부되던 로컬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코로나가 바꾼 이 같은 로컬에 대한 관심이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로 많은 소상공인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감성과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맞춰 감각 있고 차별적인 로컬 콘텐츠를 준비하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달 앱에 가입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홍보하는 디지털 하이테크 못지않게 고객과 공감하고 감성에 호소하는 하이터치 콘텐츠가 소상공인의 생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changkim@donga.com


#골목 상권#상상력#로컬 코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