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들 “교사채용 시험, 교육청 위탁 않고 지역별 공동 관리하겠다”

최예나 기자 입력 2021-08-27 03:00수정 2021-08-27 03:2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與, 사학법 강행에 반발 확산 “삼성이나 LG 직원을 국가가 뽑지 않잖아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교사 채용 시험이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않아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하라는 것인데 차라리 법인들이 공동으로 출제·관리해 투명하게 치를 수 있습니다.”(홍택정 경북 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장)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추진하는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립학교들의 반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립학교들은 시도교육감에 필기시험을 위탁하는 대신 지역별로 공동으로 출제 및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당이 사학법 개정 추진의 이유로 ‘일부 사학의 채용 비리 의혹’을 내세우는 만큼 공동 전형을 통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인사 자율권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교육청 위탁 대신 사학이 공동 출제”
사학들이 함께 채용 시험을 관리하는 건 이미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며 공정성이 확인됐다. 26일 경북 사립초중고협회에 따르면 2017년부터 92개 사학법인이 신규 교사 채용 필기시험을 공동 관리하고 있다. 첫해에 법인 6곳에서 17명을 채용했고, 올해는 31개 법인에서 136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신규 채용이 드문 농촌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법인이 참여하는 셈이다.

경북 사립초중고협회의 공동 전형 과정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못지않게 엄격히 진행된다. 신규 교사를 채용하는 사학법인의 교장이 모두 전형위원으로 참여해 출제위원 선정 등을 진행한다. 출제위원은 채용 과목이 없는 학교의 교사 2명과 대학 교수 1명이다. 이들은 한 중소기업 연수원에 입실해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1박 2일 또는 2박 3일간 문제를 출제한다. 또 참여 법인의 행정실장들이 보안요원으로 배치된다.

주요기사
문제지는 시험 당일 새벽에 인쇄하고 금고에 봉인한 뒤 고사장에 전달된다. 고사장 복도에도 보안요원들이 배치된다. 시험 이후 채점위원들이 각 법인에 선발 인원의 5배수 정도를 통보하면 해당 법인에서 수업 실연과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한다. 모든 소요 비용은 참여 법인들이 공동 부담한다.

○“직접 뽑을 수 없다면 신규 채용도 어려워”
만약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사학들의 공동 출제 방식은 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물론 개정안은 ‘시도교육감의 승인을 받을 경우 필기시험을 위탁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지를 남겼지만 대다수의 진보 교육감이 공동 출제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사학들은 예상하고 있다. 경기 지역 사학들도 공동 출제를 추진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채용의 모든 과정을 위탁하지 않고 직접 채용하면 해당 교사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개정안 추진 전 경남 사립초중고협회도 교육감과 사학법인들이 공동 출제 방식을 협의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협의 내용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 내에서도 사립학교의 교사 채용 필기시험은 공립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처럼 교육청이 공고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학들 사이에선 “차라리 신규 교사를 채용하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사학 관계자는 “채용 권한을 뺏기고 교육감에게 의무 위탁해야 한다면 정규 교사를 채용하지 말고 기간제 교사로 대신하자는 사학이 많다”고 전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사채용 시험#더불어민주당#사학법 강행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