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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이새샘]민간공급 지지부진한데 사전청약제가 해법인가

입력 2021-08-27 03:00업데이트 2021-08-2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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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산업2부 기자
부동산 분야를 담당한다고 주변인에게 소개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었다. 바로 “‘둔촌 주공’ 언제 분양해?”였다. 기자의 주변인이 대부분 서울에 거주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서울 강남권에 1만2000채가 넘는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은 그만큼 무주택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렇게 자주 들었던 질문이 언젠가부터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미 집을 샀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아예 부동산 소식에 관심을 끊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정부의 고분양가 관리로, 다음엔 분양가 상한제로, 그 다음엔 재건축조합 내홍으로 분양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민간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데 정부는 이제 공공택지의 민간 분양에도 사전청약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한쪽에선 분양을 지연시키는 정책이 나오는데, 다른 쪽에선 분양 시기를 앞당기는 정책을 내놓는다. 정부가 진심으로 공급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2018년 2차 장기주거종합계획을 수정할 당시 정부는 선분양 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후분양을 늘려가겠다고 선언했다.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은 한국에선 수요에 맞는 공급 그리고 주택 품질 향상이 중요하니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었다.

선분양은 집을 짓기 전에 분양해 건설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빨리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입주까지 시차가 발생해 수급 예측이 어렵고, 건설사가 날림으로 시공해도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는 문제가 있다. 후분양은 건설사의 자금 운용에는 불리하지만 소비자가 품질을 보고 선택할 수 있고, 주택 공급과 수요가 실제로 해소되는 시점 간의 시차가 줄어드는 면이 있다.

건설사들의 불만에도 후분양제 도입을 선언했던 정부는 2년 만인 지난해 사전청약을 도입하고, 이를 다시 민간 분양에까지 대폭 확대했다. 민간 공급을 묶어 집값을 자극한 과오를 자신이 세운 주택 정책의 방향성을 부정해 가며 덮으려 한 셈이다.

부동산 정책은 원래 시장 상황에 맞춰 펴야 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정책의 효과라도 있어야 한다. 1차 사전청약에 수십만 명이 몰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사전청약 도입을 발표한 후 서울 집값이 오히려 더 큰 폭으로 뛴 것도 사실이다.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은 예측하기도 어렵다. 사업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는 공공주도 복합개발사업 후보지의 경우 섣불리 사전청약을 했다가 분양이 지연되면 당첨자는 그대로 ‘청약난민’이 될 수도 있다.

사전청약은 실제 공급을 늘리지 못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분양가 규제로 민간 공급을 늦추고, 공시가격 제도와 세제를 개편해 보유세를 급격하게 높이고, 임대차 3법을 도입하고…. 지금까지 정부가 도입한 많은 부동산 정책이 그랬다. 불확실성은 초조함을 부르고, 초조함은 정부가 말하는 ‘가짜 주택 수요’를 부풀리기 마련이다. 당장 눈앞의 불을 끄는 데 급급해 온 산을 태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일이다.

이새샘 산업2부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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