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아프간 대통령의 ‘깜짝 도피‘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입력 2021-08-27 03:00수정 2021-08-2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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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기원전 356년∼기원전 323년)은 그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아 그리스 문화를 숭상했습니다. 그는 대제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정복한 도시에 그리스인을 이주시키고 그리스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그리스 문화를 흡수한 오리엔트 문화는 헬레니즘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헬레니즘 문화는 불교와 접촉하면서 간다라 문화를 창조합니다. 간다라 불상은 그리스 조각의 영향으로 정교하고 현실감 있는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간다라 양식 불상은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바미안 계곡 유적지에 널리 분포합니다. 약 2만 개의 동굴이 계단과 회랑(回廊)으로 연결된 바미안 석굴의 규모는 엄청납니다. 이 지역은 실크로드의 불교 중심지로서 수세기 동안 순례자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신라의 고승 혜초도 이곳을 순례하고 ‘왕초천축국전’에 기록을 남겼습니다.

안타깝게도 암벽에 새겨진 세계 최대 규모의 바미안 석불은 2001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의해 파괴됐습니다. 동서 문화 교류의 요충지였던 아프간 현대사는 비극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영국, 소련, 미국 등 강대국과의 전쟁으로 국토가 성할 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국의 무덤’이라는 아프간의 별명처럼 강대국들은 아프간에서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미국 역시 최근 아프간에서의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전쟁을 더 이상 질질 끌 수 없다”고 철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2001년 9·11테러 용의자 오사마 빈라덴과 알카에다를 척결하기 위해 아프간에 발을 들인 지 20년 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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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가 결정되자 아프간은 순식간에 탈레반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72·사진)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포위하자 부인, 참모들과 함께 16일 국외로 도피했습니다. 탈레반은 그날 카불을 접수했고, 아프간 정부는 붕괴했습니다. 가니 대통령은 탈출하면서 막대한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가니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가니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카불 함락 전날까지 죽기로 싸우겠다고 말해놓고 바로 다음 날 도망쳤다”며 한탄했습니다. 미국은 아프간 정규군 30만 명이 힘 한번 못 쓰고 항복하는 것을 보고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23일 가니 대통령을 사면하고 그의 귀국을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가니 대통령이 탈레반의 회유를 믿고 고국으로 돌아갈까요. 가니 대통령의 처신을 바라보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심정은 어떨까요. 중국의 옛 병법서에 ‘줄행랑’이라는 계략이 있습니다. 어설프게 달려들어 봉변을 당하느니 차라리 도망쳐서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낫다는 의미입니다.

가니의 탈출이 줄행랑일지 아니면 겁에 질려 도망친 것인지는 훗날 그의 처신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아프간 대통령#깜짝 도피#미군 철수#탈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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