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이미지 망치는 황당한 대전지하철 안내방송

이기진 기자 입력 2021-08-27 03:00수정 2021-08-27 04:5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임진왜란後 가장 맛있는 국밥집 등
민망한 내용 방송해 시민들 눈살
역이름에 군부대 명칭 표기하기도
랜드마크 등 알려 도시품격 높여야
대전도시철도의 전동차 내 안내방송이 명소를 알리고 도시 품격을 높일수 있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이번 역은 ○○역, ‘임진왜란 이후 가장 맛있는 ○○국밥’, ○○국밥으로 가실 분은 ○번 출구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개통한 지 15년 된 대전도시철도(지하철)의 안내방송에 상업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도시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하철로 출퇴근한다는 A 씨는 “안내방송을 들을 때마다 다소 민망하다”며 “이윤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임진왜란 이후 가장 맛있는 국밥’이라는 황당한 안내방송을 여과 없이 내보낸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대전지하철 전동차 내 안내방송의 경우 이용자가 많은 SA급 역의 경우 7초에 월 320만 원 안팎, A급과 B급은 각각 280만 원, 230만 원 선이다. 역당 2개 계좌로 한정돼 있다.

주요기사
안내방송 내용이 승객 편의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전과 세종시의 간선급행버스(BRT) 환승역인 반석역의 경우 ‘반석역·칠성대역’이라고 표기돼 있다. 칠성대는 반석역 인근에 있는 군수사령부를 일컫는 표기다. 하지만 외지 방문객은 물론이고 대전 시민에게조차 생소한 표현이다. 또 다른 승객은 “반석역에서의 안내방송은 세종시까지 운행하는 급행버스의 노선과 출구를 안내하는 게 옳다”며 “일반 시민들에게 아무 필요가 없는 군부대 명칭을 역명으로 표기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안내방송이 도시 명소나 랜드마크를 적극 알려 도시 품격을 높이는 데 활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대전도시마케팅을 연구하는 대전세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립대전현충원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13만7000위가 영면해 있는 보훈성지”라며 “현충원역에서의 안내방송은 이곳이 나라 사랑 체험장이라는 내용을 알리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1500년 역사를 지닌 유성온천 인근 유성온천역도 마찬가지. 관광명소인 인근 족욕장이나 충남대, 목원대 등 이용자가 많은 승객 편의는 외면한 채 ‘○○병원’ 등 상업 방송만이 계속되고 있다. 이 역에 도착하면서 나오는 노래도 ‘옹헤야’로 경상도 민요다.

월평역은 역명이 KAIST와 공동 표기돼 있으나 실제 역과 KAIST는 2.5km쯤 떨어져 있다. 또 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무려 6km 정도 우회하기 때문에 대부분 20분 정도 걷거나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용자들은 “월평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KAIST 이름을 아예 빼거나 시내버스 이용 방법을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무임승차 승객이 크게 증가하고 코로나19의 지속으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어서 경영 개선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며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도시 품격과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도시철도#안내방송#눈살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