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람보르기니 전설’ 쿤타치… 반세기 만의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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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제네바 모터쇼서 첫 선… 50주년 맞아 ‘LPI 800-4’ 출시
차체는 오리지널 스타일 고수… 현대적 디자인에 신기술 적용
112대 한정 생산…이미 ‘완판’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1971년 3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한 대의 콘셉트카가 언론과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동차 업계에 뛰어든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1966년에 미우라를 내놓으면서 스포츠카 세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람보르기니의 새 모델을 암시하는 차였다. 콘셉트카의 이름은 쿤타치 LP 500. 모델 이름 뒤의 LP는 쿤타치에서 처음 선보인 ‘세로 엔진 배치’ 구조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머리글자고, 500은 엔진 배기량을 뜻하는 표현이다.

50년 전 선보여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던진 오리지널 쿤타치 LP 500 콘셉트카. Automobili Lamborghini S.p.A. 제공
50년 전 선보여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던진 오리지널 쿤타치 LP 500 콘셉트카. Automobili Lamborghini S.p.A. 제공
쿤타치 LP 500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1970년대의 새로운 유행이 될 쐐기형 차체에 강렬한 선과 단순한 면을 우아하게 결합한 디자인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쿤타치의 파격적 모습이 던진 충격은 순식간에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전파되었고, 구매 여부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람보르기니는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1974년에 내놓은 쿤타치 LP 400을 시작으로 슈퍼카 세계에서 거물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쿤타치는 지역과 언어에 따라 쿤탁, 카운타크 등으로 달리 불렸다. 그러나 사실 한 람보르기니 직원이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이었다는 이탈리아어의 발음은 ‘쿤타쉬’에 가깝다고 한다. 발음이 어떻든 1970, 80년대 자동차 마니아들은 누구나 쿤타치를 쉽게 알아보고 감탄하기 바빴다. 자동차 마니아의 마음을 움직인 쿤타치는 디자인과 설계 측면에서 다른 슈퍼카 업체들에도 영향을 줬다. 의도한 적은 없지만 라이벌이 된 페라리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1990년까지 16년 동안 개선과 발전을 거듭하며 생산된 쿤타치는 람보르기니는 물론이고 슈퍼카 세계 전체를 뒤흔든 모델이었다.

쿤타치 LPI 800-4(아래)와 오리지널 쿤타치 LP 500. 많은 요소가 닮아 있다. Automobili Lamborghini S.p.A. 제공
쿤타치 LPI 800-4(아래)와 오리지널 쿤타치 LP 500. 많은 요소가 닮아 있다. Automobili Lamborghini S.p.A. 제공
이처럼 역사적 의미가 큰 모델인 쿤타치는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브랜드 역사에서 가장 의미가 큰 모델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람보르기니는 쿤타치 LPI 800-4라는 새 모델을 선보였다. 오리지널 쿤타치의 기술적 혈통을 이어받은 최신 설계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모델 이름 뒤의 LPI는 전통적인 세로 엔진 배치 방식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썼음을 나타내는 ‘I’자를 덧붙인 것이고, 800-4는 800마력대의 최고출력을 내는 동력계와 네바퀴굴림 장치를 상징하는 ‘4’를 결합한 표현이다.

쿤타치 LPI 800-4는 많은 부분이 오리지널 쿤타치에 대한 경의를 담고 있다. 특히 눈에 보이는 외부요소에 오리지널 쿤타치의 특성을 잘 녹여냈다. 전체적인 차체 형태로부터 세부 요소에 이르는 거의 모든 외부 요소에 오리지널 쿤타치의 30여 년 디자인 역사를 담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본 차체 형태는 50년 전 제네바 모터쇼를 뜨겁게 달군 쿤타치 시제품의 모습을 현대적 차체 구조에 맞춰 옮겨 놓았다. 뒤 스포일러나 측면 장식 등을 덧붙이지 않은 깔끔한 차체도 오리지널 쿤타치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띂세 개의 요소로 이루어진 육각형 테일램프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Automobili Lamborghini S.p.A. 제공
띂세 개의 요소로 이루어진 육각형 테일램프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Automobili Lamborghini S.p.A. 제공
자세히 살펴보면 시선이 닿는 모든 부분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리지널 쿤타치의 특징적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얇고 각진 앞 그릴, 사각형 헤드램프, 세 개의 사각형 요소를 나란히 배치한 육각형 테일램프 한 쌍, 차체 옆면을 장식하는 독특한 공기 흡입구, 지붕에서 시작해 차체 뒤까지 이어지는 사다리꼴로 움푹 파인 부분, 뒷바퀴 위쪽으로 돌출된 공기 흡입구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 휠 디자인까지도 1980년대 생산된 쿤타치의 것을 새로운 모습으로 표현했다.

한편으로 ‘시저 도어’(가위처럼 열리는 문)로 불리는 독특한 도어나 탑승공간 뒤에 차체 길이 방향으로 놓인 엔진 등 구조적 특징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기도 하다.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만들어진 람보르기니 V12 엔진 모델에 계속해서 쓰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특징들이 시작된 것이 바로 오리지널 쿤타치였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즉 지난 50년간 이어진 람보르기니 V12 엔진 모델의 유전자를 만든 모델이 쿤타치라는 증거를 보여주는 차가 쿤타치 LPI 800-4다.

동력원과 구동계 구성은 람보르기니가 2019년에 처음 공개한 시안(Si´an) FKP 37과 거의 같다. 람보르기니가 처음 양산차에 사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응용한 것으로, 78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V12 6.5L 엔진에 34마력 전기 모터를 결합해 최대 814마력의 힘을 낸다. 전기 모터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거나 급가속할 때 엔진을 도와 한층 더 강력한 성능을 끌어낸다.

특히 전기 모터를 작동시키는 전기 에너지는 여느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에서 볼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슈퍼커패시터라는 장치에서 공급된다. 이 장치는 배터리만큼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는 없지만, 배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큰 전기 에너지를 전기 모터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 모터가 빠르게 큰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빠르고 강력한 가속이 필요한 고성능 스포츠카에 어울린다. 람보르기니는 전기 모터와 슈퍼커패시터를 조합한 구성이 같은 무게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세 배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성능 향상에 주안점을 둔 신기술은 람보르기니가 오랫동안 사용해 검증된 7단 변속기와 네바퀴굴림 장치와 맞물려 탁월한 성능을 뒷받침한다. 나아가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뼈대와 차체는 엔진과 전기 모터의 힘을 더욱 부담없이 가속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쿤타치 LPI 800-4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8초에 불과하고, 가속을 이어 나가면 5.8초 뒤에는 시속 200km에 이른다고 한다. 람보르기니가 제시하는 최고속도는 시속 355km다.

쿤타치 LPI 800-4는 112대 한정 생산된다. 내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구매자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112라는 숫자는 람보르기니가 오리지널 쿤타치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 이름인 LP 112에서 비롯되었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한정 모델로는 적지 않은 수량이지만, 영국 자동차 전문지 ‘톱 기어’에 따르면 예정된 생산량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이런 인기는 쿤타치 LPI 800-4가 람보르기니의 최신 모델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한 브랜드는 물론이고 슈퍼카의 역사를 바꾼 명차의 기억을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관통하는 차라는 점이 인기의 이유로 더 잘 어울린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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