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옥 “감독님과 함께 투병했는데…패럴림픽 4강 이루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6일 1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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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의 김태옥(34·서울시청)은 고 한사현 감독(1968~2020) 얘기가 나오자 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함께 한 투병생활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사현 감독은 간암, 김태옥은 위암이었다.

김태옥은 “감독님이 처음 암 진단을 받고 나도 두 달 뒤에 암진단을 받았다. 같이 패럴림픽을 바라보고 열심히 훈련해 왔는데 나만 이렇게 뛰고 있는 것 같아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했다. 그는 태극마크까지 단 기쁨보다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을 먼저 이야기했다.

안타깝게도 한 감독은 지난해 9월 암 투병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무대를 선수들과 함께 밟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한국 휠체어농구는 2000년 시드니 이후 21년만에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는데, 그 중심에 휠체어농구 1세대 한사현 감독이 있었다. 현재 대표팀 주축선수들은 대부분 한 감독이 발굴해낸 제자들이다. 김태옥도 한 감독과 서울시청 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각별한 사이다.

김태옥은 위암을 극복하고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했지만 아직 완치 상태는 아니다. 그는 현재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추적치료 중이다. 앞으로 3년 정도는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태옥은 지난 2019년 10월 태국에서 열린 패럴림픽 출전권 예선 대회 직전에 위암 2기 판정을 받았다. 합숙훈련 중에 복통이 너무 심해 검사를 했다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투병생활은 쉽지 않았다. 20대 초반 낙상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찾아온 데 이어 암까지 그를 덮쳤다. 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만큼 힘든 시간들이 몸을 옥죄었다. 그럼에도 희망을 먼저 찾았다.



김태옥은 “힘들었던 시간이면서도 한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한 감독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가 아직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표팀 동료들을 포함해 주변에서도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을 많이 보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버티고 온 것 같다”라고 했다.

패럴림피언은 흔히 ‘사선을 넘은 전사’라고 불린다. 장애와 병마를 극복하고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김태옥은 두 차례 사선을 넘은 태극전사다. 더 단단하고 야무지다. 게다가 혼자 뛰지 않는다.

그는 “내 가슴에 감독님이 함께 계신다”라며 “감독님이 이루지 못한 패럴림픽 4강을 꼭 이루고 싶다. 더 나아가 메달권까지 노려보고 싶다”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한국 대표팀은 스페인,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일본과 A조에 속해있다. 대표팀은 25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세계랭킹 3위 스페인에53-65로 석패했다. 26일 세계랭킹 6위 터키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첫 승을 노린다. 한국은 A조에서 4위 안에 들면 8강에 진출한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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