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언론법 더 개악… ‘명백한 고의-중과실’ 문구서 ‘명백한’ 삭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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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입법 폭주]與 입맛대로 언론법 문구 수정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최연숙 사무총장(오른쪽)이 25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이날 새벽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최연숙 사무총장(오른쪽)이 25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이날 새벽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수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 범위와 처벌 요건을 더 포괄적으로 만든 ‘누더기 악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그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를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주요 조항마다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자 면피성 수정을 거듭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법사위로 넘긴 개정안마저 급하게 문구를 변경했다.

○ 독소조항 더 강화한 법사위 수정안


민주당은 법사위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을 규정한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라는 조문에서 ‘명백한’을 삭제했다.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등의 일부 문구도 없앴다. 이는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고 이중규제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해당 조항을 오히려 더 악화시킨 것이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명백한’을 뺀 것은 적용 대상이 더 포괄적으로 바뀌며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란 표현은 영미법 체계의 ‘악의성’ 요건을 비슷하게 도입해 언론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인데, 심지어 왜 여기서 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법안을 확대 적용하면서 남용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필요에 따라 권력자들이 법 적용을 남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도 일부 변경됐다. 특히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는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로 수정됐다. 이 교수는 “‘보복’ ‘반복’ ‘피해 가중’ 문구 중 ‘피해 가중’만 뺐다. 이는 피해 가중도 따지지 않고 규정을 완화해 손쉽게 비판적인 보도를 못 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누더기 법안은 이미 정당성 상실”

민주당은 앞서 문체위에서 ‘고의·중과실 추정’의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둔 것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일자 추정의 주어로 ‘법원은’을 추가했다. 또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문구에서 ‘언론사의’만 제외했다. 이에 대해 언론학자와 법학자들은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미룬 문제의 본질은 전혀 바로잡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법사위까지 이어진 민주당의 수정 내용들은 위헌적 뼈대는 유지한 채 논란을 비켜 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사위의 수정안 역시 법안의 위헌적 본질이 달라진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민주당이 스스로 부실 법안이라는 것을 드러낸 일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4개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법사위 논의에서조차 의미 없거나 더 후퇴한 문구 수정에 나섰다”면서 “속도전에 골몰하다 정부 여당 안에서도 좌충우돌하며 누더기가 된 법안은 이미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본회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에서도 의견 충돌이 있는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법안인가”라고 지적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언론법#문구 수정#與 입맛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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