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격추 위험 뚫고…영유아 100명 포함 전원구출 ‘미라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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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391명 한국 도착]정부 “난민 아닌 韓 도운 특별공로자”

KOREA’ 종이 들고 “한국 가는 사람 찾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에서 우방국 군인이 ‘KOREA’라고 쓴 종이(실선)를 들고 한국행 군 수송기에 태울 아프간인들을 찾고 있다(왼쪽 사진).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인 가운데 한국행을 희망한 이들이 카불 공항에서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가기 위해 우리 군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이들은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외교부 제공
KOREA’ 종이 들고 “한국 가는 사람 찾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에서 우방국 군인이 ‘KOREA’라고 쓴 종이(실선)를 들고 한국행 군 수송기에 태울 아프간인들을 찾고 있다(왼쪽 사진).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인 가운데 한국행을 희망한 이들이 카불 공항에서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가기 위해 우리 군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이들은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외교부 제공

아프간인 391명 오늘 입국… 영주권 부여 검토

우리 정부의 현지 재건 활동에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 조력자와 그 가족 391명이 26일 군 수송기를 타고 파키스탄을 거쳐 한국에 도착한다. 우리나라가 인도적 이유로 제3국 국민을 대규모로 수송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아프간 현지인 직원과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가족들이 내일 중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송 인원 중에는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 명이고 8월에 태어난 갓난아기도 3명 포함됐다. 최 차관은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한국 정부에 협력한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에 도착하면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격리 2주를 포함해 약 6주간 머물 예정이다. 일단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한 뒤 장기 체류 비자로 변경된다. 정부는 개별 면담을 거쳐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탈레반 봉쇄-격추 위험 뚫고… 영유아 100명 포함 전원구출 ‘미라클’
정부, 8월초부터 대상 인원 추려… 카불 공항길 탈레반에 막힌 상황
美, 탈레반과 민간인 이송 협의… ‘조력자들 버스로 공항 이동’ 허용
미사일 회피 장치 갖춘 수송기 2대… 파키스탄-아프간 왕복하며 작전


‘작전명 미라클(기적).’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 조력자 구출 작전은 24, 25일(현지 시간) 작전명처럼 극도의 긴박감 속에 진행됐다. 아프간인들에게는 목숨을 건 선택이었고, 우리 정부로서는 왕복 2만 km를 비행해 적진에서 민간인을 구출하는 사상 초유의 시도였다.

○ 버스 타고 극적인 카불 공항행

당초 우리 정부는 427명을 수송하려 했다. 36명이 막판에 현지에 남거나 제3국 이송을 원하는 등 한국행을 포기해 391명만 한국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사실상 한국행을 원하는 아프간 조력자의 100%를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외국 정부 협력자들을 색출하고 있는 탈레반을 피해 카불 공항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미국이 탈레반과 협의해 안전을 보장해줬기 때문이라고 외교부는 전했다. 앞서 독일,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은 자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탈출시키는 데 실패했다. 아프간인들이 탈레반 검문을 뚫고 자력으로 공항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낙담을 넘어 황망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이 22일 탈레반과 협의해 외국 정부 조력자를 카불 공항까지 버스로 이송하도록 허용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수송을 위해 카불에 가 있던 우리 공관원들은 이 소식을 듣고 23일 버스 6대를 발 빠르게 확보했다. 아프간인들에게는 “24일 정해진 시간까지 집결지로 오라”고 긴급 공지했다. 하루 만에 가족을 데리고 나온 아프간인들을 태운 버스는 25일 새벽에야 공항에 진입할 수 있었다. 미군과 탈레반이 함께 지키는 검문소를 여러 번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

○ 수송기에 분유와 젖병 실어

수송 계획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슈퍼허큘리스(C-130J) 수송기 2대와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1대 등 3대에 탑승한 공군 요원들이 23일 극비리에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영유아를 위한 분유와 젖병, 수송기 바닥에 깔 매트리스를 충분히 실었다.

수송기들이 아프간 영공에 진입할 때는 탈레반 등 이슬람 무장세력의 지대공미사일 공격이 우려됐다. 군은 미사일 경고시스템과 회피 장비(플레어)를 갖춘 C-130J를 24일 카불 공항으로 보냈다. 카불 공항 인근 상공에 들어선 C-130J는 급강하와 급상승, 좌우 90도에 가까운 선회비행 등 지대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각종 전술기동을 거쳐 활주로에 착륙했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이후 C-130J 2대는 번갈아 카불과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왕복하면서 아프간인 391명 전원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우리 정부는 아프간인을 난민으로 보고 국내 수용에 부정적인 일각의 여론을 고려한 듯 이들 대다수가 한국에 협력한 의사, 정보기술(IT) 전문가, 통역사 등 전문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7, 8년간 우리 정부와 일했던 사람들이고 (한국으로) 수송 전 관계기관 전문가가 다시 한 번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공덕수 전 아프간 바그람 직업훈련원 원장은 “바그람 미군기지에 있던 한국 병원과 직업훈련원 건물이 탈레반에 의해 폭파됐다. 조력자를 그대로 두면 처형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또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아프간인#오늘 입국#영주권 부여#특별공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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