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정 대학 ‘부실’ 낙인 우려… 지역사회까지 나서 ‘재평가’ 촉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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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 ‘후폭풍’

25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 반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사진). 
24일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인하대 학생들이 평가 결과에 반발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인하대는 최근 
발표된 교육부 기본역량 진단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인하대 제공
25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 반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왼쪽 사진). 24일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인하대 학생들이 평가 결과에 반발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인하대는 최근 발표된 교육부 기본역량 진단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인하대 제공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를 두고 전국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미선정 대학들은 ‘부실’이라는 오명에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수시·정시 신입생 모집에 차질이 생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17일 발표된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는 전국 285개 평가 대상 대학 중 52개 학교(일반대학 25개, 전문대학 27개)가 일반재정지원 대학에서 탈락했다. 인하대와 성신여대, 용인대 등 수도권 대학과 동양대, 국립 군산대 등이 포함됐다. 이들 대학은 내년부터 3년간 약 150억 원에 달하는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교육부 평가가 ‘대학 살생부’라는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 재학생·동문, 지역 정치권까지 반발

재정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교육부 평가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평가 기준 공개와 재평가까지 요구하고 있다.

인하대는 2017년부터 올 2월까지 진행된 ‘대학 자율역량 강화 지원사업’에서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에서 91.34점의 ‘성공 수행’ 평가를 받았다. 이 평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연구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의 한국교육개발원 ‘기본역량 진단’ 평가에서는 같은 지표에서 67점으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대표학과로 제시한 화학공학과의 경우 2002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으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을 정도로 평가가 좋았다. 취업률도 78%로 높은 편이었다.

반면 기본역량 평가에서 화학공학과를 포함한 전공교육과정 운영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은 게 인하대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하대 공학계열은 전국 대학 중에서도 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학생들은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고 교육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지역 국회의원들과 인천시의회까지 나서 평가 기준 공개와 재심사를 촉구하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25일 시청에서 성명을 통해 “인하대의 대학역량평가 미선정 결과로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며 “지역 우수학생들의 다른 지역으로의 이탈을 촉발할 수 있는 만큼 재심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일부 국회의원은 교육부 평가 체계에 대한 국정감사까지 예고했다.

성신여대도 교육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양보경 총장은 담화문을 통해 “전공 및 교양 교육과정 지표는 2018년 평가에 이어 지난해까지 호평을 받았고 이후에도 더욱 개선을 했지만 이번 평가에선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공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대학 안팎에는 교육부 평가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국립대인 군산대는 상인연합회 등 지역사회까지 나서 “국가가 국립대를 인정하지 않는 자기모순적인 평가”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용인대도 “대학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 교육부 “공정·객관성 확보했다”

이의신청을 한 대부분의 학교는 공통적으로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요소가 반영되는 ‘정성 평가’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학 운영을 좌우할 평가에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주관적 평가가 절반가량 차지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평가는 정량 평가 52점, 정성 평가 48점 등 100점 만점으로 이뤄졌다.

평가에서 탈락한 한 대학 관계자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주관적 평가로 대학의 생사를 좌우하는 것이 누구나 인정하는 합리적인 평가인지 묻고 싶다”며 “정성 평가의 평가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객관성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정성 평가의 경우에도 심사위원들이 평가 기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충분히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대학과 90분간 면담해 결과를 도출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박사급 이상의 공공기관 연구위원, 전임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270명이 평가를 공정하게 진행했다”며 “정성 평가도 지표별로 15명의 심사위원이 점수를 매긴 뒤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한 나머지 13명의 점수의 평균치를 냈다. 평가의 공정성이나 절차의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20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은 교육부는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이의신청처리소위원회, 진단관리위원회, 대학구조개혁위원회 등의 심사를 거쳐 이달 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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