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패럴림픽도 ‘막내온탑’…국대서 주목해야 할 이 3인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5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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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신유빈(탁구) 여서정(체조) 김제덕(양궁) 황선우(수영) 등 소위 ‘Z세대’ 막내들의 반란은 거침없었다. 올림픽 무대를 오롯이 즐길 줄 알고, 자신의 일을 무엇보다 사랑하며, 월드클래스 실력에 거침없는 언변까지 갖춘 신인류의 DNA는 대한민국을 매료시켰다.

도쿄 올림픽의 열기를 이어받은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현장, 어김없이 눈에 띄는 ‘막내온탑’이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 총 86명 중 20대는 15명(17.4%)뿐. 하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햇살처럼 눈부시다.

●임호원 “테니스 사상 첫 메달이 목표”
도쿄 패럴림픽 출국을 앞두고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프로야구 출신 휠체어테니스 국대’ 김명제(34·스포츠토토)에게 ‘띠동갑 한솥밥 동료’ 임호원(22·스포츠토토)에 대해 슬쩍 물었다. “어휴, 대선배님이시죠” 한다. 임호원도 “그렇죠, 휠체어테니스는 제가 선배죠”라며 씩 웃는다.

11세 때 휠체어테니스를 처음 시작했고 최연소 국대로 리우패럴림픽도 다녀왔으니 구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선배’임에 틀림없다. 1999년생 임호원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 패럴림픽이다. 올림픽 때 테니스를 봤냐는 질문에 임호원은 세상 당당하게 “아, 테니스는 못봤고 김연경 선수(배구) 봤어요!”한다.

“5년 전 첫 리우 때는 어렸죠. 와일드카드로 운 좋게 갔는데 그때 아무것도 몰랐고 긴장도 많이 됐어요”한다. 두 번째 패럴림픽은 다르다. “이번엔 자력진출이니까, 색깔 상관없이 꼭 메달을 딸 것”이라고 호언했다.

임호원의 강점은 휠체어링과 포어드라이브. 능수능란한 휠체어 기술은 단순히 어릴 때부터, 많이 타서만은 아니다. 타고난 운동신경, 순발력, 그리고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영리한 운동지능이 발군이다. “다치기 전에도 달리기도 잘하고, 축구를 좋아했어요” 한다.

2006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후 운명처럼 테니스를 만났다. “재활하던 병원에서 옆침대 할아버지 보호자분이 라켓을 주면서 한번 해보라고…. 퇴원 후 배우기 시작했는데 움직임이 멋있어서 반했죠”라고 입문기를 풀어놨다.

“다치고 나서 처음 밖에 나갔는데 엄마도 저도 부끄럽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워낙 어렸을 때라 그런 것도 있고, 그저 이렇게 됐네 이 정도였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고, 약간 우울한 건 있었는데 운동 하면서 싹 없어졌죠, 뭐!”

2013년 아시아장애청소년대회서 대한민국 휠체어테니스 사상 첫 은메달을 따냈고, 2015년 16세에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참가했고, 2018년 자카르타 장애인아시아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비장애인 테니스 스타’ 3년 선배 정 현(25)과 같은 삼일공고 출신, 좋아하는 선수는 로저 페더러. “플레이스타일도 좋아하고 뭣보다 매너가 좋잖아요”라며 눈으로 웃었다. ‘기리보이’의 ‘찌질’한 가사를 좋아하고, 띠동갑 형, 감독님에게 웃으며 할 말 다하는 ‘막내온탑’ 임호원, 테니스 선수로서 목표를 묻는 질문엔 이내 진지해진다.

“장애인, 비장애인 테니스를 통틀어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없잖아요. 우리나라 최초의 테니스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김민수 “‘쫄지마! 대충 쏴’ 의미 이해하죠”
‘1999년생 궁사’ 김민수(22·대구도시철도)는 조용하다. 말수는 적지만 할 말은 한다. 민수 역시 ‘리우 최연소 국대’에 이어 이번 패럴림픽이 두 번째다. 열 살 때 건물 친구와 놀다 담벼락이 무너지며 두 다리를 잃었다. 어머니가 사격, 양궁을 권하셨는데 ‘활이 신기하고 멋져보여서’ 양궁을 택했다.

2018년 체코에서 열린 세계랭킹 토너먼트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2019년 네덜란드 세계 장애인양궁선수권 리커브 오픈에서 662점을 쏘며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때 세계신기록을 쐈지만 스스로 만족하진 못했어요. 패럴림픽이 연기되면서 연습할 시간이 늘어나서 저는 더 좋았어요” 한다. “양궁은 참 재미있어요. 30m도 쏘고, 50m도 쏘고, 혼자도 쏘고, 함께도 쏘고… 아직까지 큰 슬럼프도 없었죠. 저는 지금도 여전히 양궁이 재미있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도쿄 올림픽 기간 내내 “같은 양궁선수의 마음으로” 대한민국 양궁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막내 온탑’ 또래 선수들의 당찬 모습을 보며 느낀 점도 많았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역시 혼성전 안산-김제덕 선수의 경기”라고 했다.

‘첫 3관왕’ 안산이 슛오프 때 중얼거렸다는 ‘쫄지마, 대충 쏴!’를 이해하냐는 질문에 김민수는 “이해되죠”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담없이 상대 선수 생각하지 말고 내 것 하자, 점수가 몇점이든 자신 있게 쏘자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도 저렇게 자신감 있게, 꼭 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후회없이 한발 한발 쏘고 싶어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두 번째 패럴림픽, 목표는 확실하다. “양궁대표팀의 목표는 개인, 혼성, 단체전 전종목 메달, 그리고 제 목표는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은메달입니다.”

●올림픽에 신유빈이 있다면 패럴림픽엔 윤지유가 있다
‘2000년생 탁구선수’ 윤지유(성남시청 장애인탁구팀)는 이미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다. 5년전 16세에 첫 출전한 리우 패럴림픽에서 서수연, 이미규 등 걸출한 선배들과 함께 여자단체전(TT1-3) 동메달을 획득했다. 도쿄 올림픽 스타 신유빈과 비슷한 나이에 출전한 리우 대회에서 첫 패럴림픽을 온전히 즐겼다.

윤지유는 3살 때 흉추 3번 혈관이 터지는 혈관기형으로 하반신 마비가 생겼다. 중학교 2학년 때 수원복지관에서 탁구를 만나면서 인생길이 달라졌다. 2015년 벨기에 오픈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고 패럴림픽 메달까지 따냈다. 빛나는 재능을 세계 무대에서 이미 입증했다.

두 번째 패럴림픽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대표팀 막내다. 패기만만 막내가 이번 대회 여자단체전에서 2대회 연속 메달, 개인전에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 리우 대회 개인전에서 아쉽게 4위로 메달을 놓친 아픔을 떨칠 참이다. 윤지유가 씩씩한 각오를 전했다. “도쿄 패럴림픽에선 개인-단체전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특히 개인전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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