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손 내미는 중국…‘아프간 마약’ 새 골칫거리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5일 1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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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을 인정하고 경제 협력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유화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에 ‘아프간 마약’이라는 골칫거리가 생겼다. 전 세계 양귀비 재배지의 80~87%가 아프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양귀비는 아편과 헤로인 등 마약의 원료다. 아프간에서 재배된 양귀비는 마약 제조로 이어지고 이 마약은 인접 국가인 중국 등으로 밀거래 된다. ‘아프간 마약’이 미군 철수와 탈레반 등장으로 완전히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약이라면 치를 떠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상황이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프간 마약이 중국으로 재유입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중국은 아프간에서 양귀비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대체 작물을 제공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도했다. 또 마약 사범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사형을 구형할 정도로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이 아프간 탈레반과 협력하려면 마약 문제 해결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 놨다. 중국은 1839년 영국과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초등학교부터 아편전쟁을 ‘치욕의 시발점’으로 교육하는 등 마약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악’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프간은 세계 최대 규모 양귀비 재배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도쿄올림픽 개회식 당시 아프간 선수단이 입장할 때 한국의 한 방송사가 양귀비를 자료 화면으로 사용해 논란이 일 정도다.

아프간에서 재배된 양귀비는 주로 불법 마약을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아프간에서 양귀비 재배는 불법이지만 정부는 이를 완전히 통제할 능력이 없고, 가난한 농민들은 유일한 수입원이 양귀비이다 보니 재배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간 인접국들의 최대 골칫거리인 셈이다. 특히 중국은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높고 거대 시장을 가졌기 때문에 아프간 마약의 종착점인 경우가 많았다.

과거 미군이 주둔할 당시 아프간 정부와 미군은 양귀비 재배와 마약 유통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덕분에 중국은 아프간 마약이 중국에 대량 유입되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은 상황이 다를 것이란 전망이다. 탈레반은 과거에도 점령지에서 양귀비 재배에 대한 과세를 통해 군사 자금을 확보했다. 또 일부는 마약 거래에도 관여해 자금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주 수입원이 양귀비 재배와 마약 거래인 셈이다. 이슬람에선 원래 술과 마약 등 사람을 취하게 하는 물질은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자기들이 직접 마약을 먹지 않고 비이슬람권에 수출하기 때문에 율법을 어긴 게 아니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유엔은 2019년 탈레반이 마약으로 최대 21억 달러(약 2조 4486억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은 ‘아프간 마약’의 중국 유입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탈레반은 이런 중국의 우려를 염두에 둔 듯,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양귀비 재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탈레반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다시 마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선진 7개국(G7)은 이미 탈레반에 대한 새로운 경제적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SCMP는 뤄이(羅毅) 스촨대학 역사학과 교수의 학술논문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아프간에서 양귀비 재배와 마약 제조 및 밀수를 억제할 수 없다면 중국의 안보에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역점을 둔 일대일로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SCMP는 또 중국은 아프간 농민들에게 양귀비 대신 수익이 될 수 있는 대체 작물을 제공하거나, 중국의 탈빈곤 역량을 전수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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