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테슬라 팔고 아마존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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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포트폴리오’ 재정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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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 씨(33)는 지난달 갖고 있던 5000만 원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모두 처분한 뒤 투자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있다. 최근 주가가 고점보다 떨어진 미국 전자상거래 대장주 아마존을 분할 매수하는 한편 나스닥100지수와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올해 들어서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상반기(1∼6월)에만 서학개미들이 사고 판 해외 주식은 240조 원어치에 육박한다. 상반기 서학개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주식이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였다면 하반기(7∼12월) ‘최애주’(가장 좋아하는 주식)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종목들로 대거 바뀌고 있다.

서학개미들, 테슬라 대신 아마존, 구글 담아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결제금액(매수+매도액)은 2077억4000만 달러(약 239조6696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93% 급증한 규모다. 지난해 연간 해외 주식 결제액(1983억2000만 달러)도 이미 뛰어넘었다. 이 가운데 미국 주식 비중이 93.37%로 가장 높았다.

해외 주식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장바구니에 담는 종목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 서학개미의 순매수 1위 종목은 17억1482만 달러어치를 사들인 테슬라였다. 이어 애플(8억4379만 달러), 대만 반도체기업 TSMC(4억4560만 달러), 미국 빅데이터 전문기업 팔란티어(3억9844만 달러),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처칠캐피탈(3억3338만 달러)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순매수 상위 종목은 플랫폼 관련 기업이 싹쓸이했다. 7월부터 이달 22일까지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아마존으로 2억6646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1억9308만 달러), 홍콩항셍기업지수 상장지수펀드(1억1766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억1479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상반기 1위였던 테슬라의 인기는 점점 식어가고 있다. 고공 행진하던 테슬라 주가가 최근 휘청거리면서 서학개미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수익률이 719%에 달했던 테슬라는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6.78%의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을 통한 차량 대금 결제를 번복하는 등 잦은 설화에 휘말린 데다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및 양산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대면 플랫폼 기반의 핀테크, 클라우드, 온라인쇼핑 관련 기업들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알파벳은 미국의 경기 회복에 힘입어 광고 수익이 크게 늘면서 2분기(4∼6월) 매출이 618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 급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도 461억5000만 달러로 21% 증가했다.

해외 주식도 ETF 열풍


해외 투자 문화가 안착하면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늘고 있다. 특정 종목에 베팅하기보다는 ETF를 통해 특정 산업군에 투자하면서 위험도 분산하기 위해서다. 최근 미국의 조기 긴축 신호가 거세지면서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자 ETF의 인기는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ETF는 2개뿐이었지만 올 7월 이후에는 4개 종목으로 늘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홍콩항셍기업지수 ETF를 비롯해 리튬 및 배터리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X리튬 ETF(9329만 달러),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QQQ ETF(9167만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최근 미국의 긴축 움직임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조정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어 종목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money&life#기업#해외주식#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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