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없다”던 탈레반, 美통역관 형제 사형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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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조력 혐의… 재판 출석요구 불응에
“판결은 최종적… 거부권 없어” 통지
NYT “협력자 명단까지 작성-색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단체 탈레반이 한 아프간 남성과 미군 통역관인 그의 형제에게 세 통의 통지문을 보내 사형을 선고했다고 CNN이 23일 보도했다. 탈레반이 겉으로 “서구 조력자에게 복수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조직적인 보복과 탄압을 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탈레반은 손글씨로 작성된 첫 통지문에서 이 남성을 향해 “당신은 미국인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미 통역관인 당신의 형제에게 정보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며 두 사람 모두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손글씨로 쓴 두 번째 통지문에는 형제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타이핑한 세 번째 통지문에서는 “침략자에 대한 복종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거부하고 재판 출석 요구도 무시했다. 사형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며 “이 결정은 최종적이고 거부할 권리 또한 없다”고 주장했다.

통지문은 아프간 최대 언어인 파슈토어로 작성됐으며 최근 3개월 사이에 연달아 날아들었다. CNN은 두 사람과 가족이 직면한 위협을 고려해 이들의 이름과 주소 등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탈레반은 17일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역 등 서방 국가를 위해 일한 모든 사람을 사면할 것”이라면서 “어떤 보복 행위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4일 “탈레반이 민간인을 즉결처형하고 여성과 반(反)탈레반 시위대를 규제하는 등 심각한 폭력을 저지른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에 협력한 현지인을 명단까지 만들어 찾고 있으며 이들에게 “자수하지 않으면 가족들을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살해하거나 체포할 것”이란 협박을 가한다는 보도도 잇따른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미국 통역관 형제#탈레반#사형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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