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색 규제’에… 中6대 빅테크, 1년새 30조원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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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IT공룡, 공산당 일당체제 위협”
해외 상장 전 신고 의무화 등 규제… 홍콩언론 “돈 낸다고 감독 못피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핀둬둬, 메이퇀, 샤오미 등 중국 6대 정보기술(IT) 기업이 최근 1년간 기부한 돈이 2000억 홍콩달러(약 30조 원)에 이른다고 홍콩 밍보가 23일 보도했다. 중국은 날로 덩치를 불리고 있는 IT 공룡이 공산당 일당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해외 증시 상장 전 사전신고 의무화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홍색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알아서 기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텐센트는 18일 1000억 위안(약 18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는 4월 “재난재해 및 농촌의 가난 극복을 위해 77억 달러의 회사 자금을 챙겨 두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레이쥔 샤오미 공동 창업자는 22억 달러어치의 보유 주식을 재단 2곳에 기부했다. 앞서 6월 왕싱 메이퇀 창업자와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 또한 각각 23억 달러, 7억7000만 달러를 내놨다.

밍보는 이런 움직임이 당국의 규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는 일종의 ‘보호비’라고 진단했다. 돈을 냈다고 당국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최근 IT 기업의 주가 하락 또한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빅테크 창업자가 속속 최고경영자(CEO) 직책에서 물러나거나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17일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은 ‘다 같이 함께 잘살자’는 뜻의 ‘공동 부유(共同富裕)’를 언급하며 부의 재분배를 강조했다. 그는 “공동 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인 요구”라며 “소수의 번영은 옳지 않으며 공동 부유를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당국이 조만간 소수 부유층과 대기업을 상대로 거액의 부유세, 자본이득세 등을 물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6월 말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이 당국의 반대에도 미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하자 신규 가입자 모집, 신규 앱 다운로드 등을 금지했다. 지난해 10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당국의 낙후된 금융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라고 비판하자 알리바바 자회사의 홍콩증시 상장을 전격 중단시키고 28억 달러(약 3조2648억 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홍색규제#중국 6대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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