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멕시코 고추 키워요”… 스마트팜 덕에 지구반대편 농작물도 OK

김천·의성=명민준 기자 입력 2021-08-24 03:00수정 2021-08-24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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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농업이 만드는 청년 일자리]〈2〉농작물 지도 바꾼 스마트팜
할라페뇨 재배 박민혁씨
‘포항 커피’ 키우는 김일곤씨
사계절 딸기 생산 오동혁씨
17일 경북 김천시 농소면 봉곡리의 시설하우스 안에서 박민혁 씨가 이날 수확한 할라페뇨 바구니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왼쪽 사진). 다음 날 경북 의성군 점곡면 명고리의 시설하우스 안에서 오동혁 씨가 태양 역할을 대신할 발광다이오드(LED)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천·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멕시코 고추요? 커피요? 말씀만 하세요. 우리 마을에서 키워요.”

17일 오후 2시경 경북 김천시 농소면 봉곡리에서 박민혁 씨(31)가 운영하고 있는 시설하우스 안. 6000m² 면적에 아파트 건물 2층 높이의 거대한 시설 안에 어른 어깨높이(약 140cm)만큼 자란 고추나무가 가득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작물이었다. 일반 고추 정도 길이였는데 굵기는 어림잡아도 4∼5배는 돼 보였다.

○ ‘지구 반대편 작물도 키운다’

기자가 낯설어 하며 계속 쳐다보자 박 씨는 “한번 먹어보라”며 건넸다. 처음 씹었을 때는 일반 고추보다 육질이 두꺼우면서 아삭한 느낌이 들었다. ‘아차’ 하는 순간 강렬한 매운맛이 혀를 감쌌다. 박 씨는 껄껄대며 웃었다. “멕시코 고추예요. 파스타나 피자를 먹을 때 피클로 먹었던 그 고추요. 이제 기억나세요?”

그제야 이 작물의 정체가 ‘할라페뇨’라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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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깥 체감 온도는 30도 수준. 시설하우스 안은 습도가 낮고 시원해 오히려 쾌적한 느낌이었다. 여름철 숨이 턱턱 막히는 일반 비닐하우스와 완전히 달랐다. 박 씨는 “할라페뇨 주산지인 멕시코의 생육 환경을 맞췄다. 스마트팜 시설 덕분에 지구 반대편 농작물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박 씨는 2016년 졸업을 한 뒤 아버지와 귀농했다. 2017년 경북농민사관학교에 입학해 각종 농작물 재배방법을 공부하면서 할라페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박 씨는 “할라페뇨는 주로 담금 음식용으로 많이 쓰이는 것에 주목했다. 소비자들이 한번에 많이 구입할 수도 있겠다 싶어 재배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2017년 첫해 농사는 완전 실패였다. 요즘 말로 ‘폭망’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할라페뇨에 가장 적합한 생육 환경을 찾았다. 스마트팜 내 전동 차광막과 보일러, 환풍기 등 조정법부터 차근차근 배워갔다. 그 사이 잃었던 자신감도 생겼다.

2018년부터는 조금씩 수확해서 판매하고 있다. 할라페뇨를 파는 곳이 많지 않으니 한 사람이 많은 양을 주문해 판로 확보도 어렵지 않았다. 해마다 7∼12월 15t 정도 할라페뇨를 수확하고 있다. 연 매출은 1억 원 수준. 박 씨는 “100% 인터넷 주문을 받아 판다. 최근에는 멕시코에 할라페뇨 종자를 수출하는 국내 종자업체에서 우리 농장의 작물이 우수하다며 업무협약을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김일곤 씨(54·경북 포항시)는 지구 반대편에서나 키울 법한 커피를 재배한다. 그의 꿈은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원산지 POHANG(포항)’을 보는 것이다.

김 씨는 2019년 경북 포항시 기계면 내단리의 부추 재배 시설하우스를 빌려 커피나무 600그루를 심었다. 생육 환경을 찾는 과정에서 나무가 말라죽는 등 실패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김 씨를 극구 말렸지만 그는 뚝심 하나로 지금의 커피 농장을 일궈냈다. 조만간 3300m²(약 1000평) 규모의 스마트팜을 지어 커피나무 2000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김 씨는 “포항은 흙이 좋다. 커피 재배에 부족한 환경은 스마트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국산 커피는 열매를 방부 처리할 필요가 없어 재배에 성공하면 판로 확보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계절 상관없이 ‘생산·출하’

경북 의성군 점곡면 명고리 오동혁 씨(33)가 딸기를 재배하는 2500m² 규모의 시설하우스 안은 뭔가 좀 색달랐다. 하우스 바닥은 흙먼지 하나 없다. 오 씨는 이날 딸기 밭 위에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농장 오른편에 산이 있어서 일조량이 부족해요. 딸기 모종 식재를 앞두고 일종의 태양 역할을 해줄 LED 등을 다는 거죠.”

오 씨는 자신의 스마트팜을 “작은 우주이자 지구”라고 설명했다. 온도에 따라 빛을 가려주는 차광막과 보온 효과를 내는 보일러가 적정 기온을 유지해준다. 천장에 달린 스프링클러 시설은 초미세입자 형태로 물을 흩뿌려줘 안개를 만들어주고, 송풍기는 자연과 최대한 가까운 느낌의 바람을 일으켜준다.

딸기는 일반적으로 9월에 재배해 12월에 수확하지만 오 씨는 계절이나 시간은 크게 신경을 안 쓴다. 오 씨는 “스마트팜 기기를 조작해 언제든지 원하는 생육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스마트폰과 기기가 연결돼 있어 농장 밖에서도 제어가 가능해 바깥 활동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스마트 기술 때문에 인건비도 크게 줄였다. 오 씨 농장 규모면 일반적으로 10명이 일하지만 오 씨는 직원 1명과 단둘이 일한다. 오 씨는 “앞으로 새로운 기술을 이웃들에게 알리면서 어르신들도 좀 더 편리하게 농사를 지으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천·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스마트 팜#지구반대편 농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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