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두 번의 장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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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한반도의 강수량에는 아직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비가 오는 패턴은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한 열흘간 길게 많은 비가 이어지는 장마가 규칙적으로 찾아왔다. 한동안 해를 볼 수 없어 빨래를 말리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장마는 드물어졌다. 2014∼2019년만 해도 제대로 된 장마를 찾아볼 수 없었다. 2020년에는 장마가 무려 54일간 느슨하게 길게 이어졌다. 올해는 장마가 5일 정도로 유독 짧게 끝나는가 했는데 무더위 후 또 한 번의 장마가 찾아왔다.

▷장마는 남아시아에서 동아시아에 이르는 거대한 지역을 아우르는 ‘몬순’ 기후의 특징적인 현상이다. 장마를 중국과 일본에서는 매우(梅雨)라고 한다. 중국말로는 메이위이고 일본말로는 쓰유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자를 쓰던 과거에는 매우라고 많이 썼다. 매실이 익어가는 계절에 내리는 비라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보통 6, 7월을 말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보통 6월 말이나 7월 초에 장마가 시작된다. 장마가 끝나면 얼마 뒤 무더위가 시작되고 열흘이나 보름가량 열대야와 싸우다 보면 아침과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져 여름도 가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것이 여름철의 기후 패턴이다. 여름이 끝날 때쯤 한여름 태평양을 달군 뜨거운 열기가 태풍을 만들어 올라오기 시작해 추석 무렵까지 이어진다. 태풍이 뿌리는 비는 하루 이틀이면 끝나지만 장마전선이 만드는 비는 일주일 이상 이어지기 때문에 구별할 수 있다.

▷무더위 속에 치른 도쿄 올림픽이 끝날 무렵인 8월 12일 이후 한반도보다 위도가 낮은 중국 대륙 지역에서 일본 열도까지 장마전선이 길게 형성됐다. 중국 후베이성, 일본 규슈와 히로시마 등지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주까지도 중국과 일본에 영향을 미친 이 장마전선이 지난 주말 북상해 한반도에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무더위 이후의 장마는 태풍과 겹치면 더 많은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일본은 태풍 ‘크로사’가 겹쳐 피해가 더 컸다. 우리나라도 이번 주 태풍 ‘오마이스’가 동시에 찾아온다.

▷기후학자들에 따르면 몬순 기후 지역에 두 번 정도 나뉘어 비가 집중되는 현상이 최근 30년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장마는 보통 가을장마인데 올해는 그 시기가 빨라져 여름에 두 번의 장마다. 장마가 짧아지거나 길어지거나 혹은 한 번 오거나 두 번 오거나 혹은 그 시기가 빨라지거나 늦어지거나 하는 현상은 어쩌면 우리가 장마라고 불러온 규칙적인 기후현상이 사라지고 있는 조짐일 수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기후변화#한반도 강수량#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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