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공방에 참다못한 野당원들 “내전 계속하면 탈당”

장관석 기자 , 전주영 기자 입력 2021-08-20 03:00수정 2021-08-2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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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대표 1주일째 소모전, 정권 교체 의지 있나… 이러다 공멸”
黨게시판에도 비판 글 잇따라… 이준석 “설전 대신 개혁 역량 집중”
원희룡도 공세 수위 높이지 않아… ‘탄핵 발언’ 尹캠프에도 함구령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19일 저마다 표심 행보를 이어갔다. 홍준표 의원이 지역 기자간담회를 위해 충북도청에 들어서고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대구경북 재경향우회장단 최 전 원장 지지 선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왼쪽 사진부터). 뉴스1·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소모적인 내전(內戰)을 치르다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저거 곧 정리된다’는 발언을 둘러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간 공방이 당내 자중지란으로 번지자 19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12일 이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간 ‘탄핵’ 발언과 ‘저거’ 논란 등으로 이어진 내홍이 일주일을 맞자 당내에선 “이러다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중앙당과 시도당에 ‘정권 교체의 의지가 있기는 하냐’는 당원들의 항의와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 교체 열망에 두 달 전 이 대표를 선택했던 보수층 유권자들이 당내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 대표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서 당이 내분으로 갈라지자 실망해 직접 질타를 보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는 것.

○ 당원들 “계속 내전 치를 거면 탈당하겠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전날에 이어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드릴 말씀이 별로 없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의미 없는 설전을 주고받기보다 당 내부의 실질적 개혁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원 전 지사도 이날 이 대표를 향한 공세 수위를 더 높이진 않았다. 원 전 지사 측은 “내홍이 길어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윤석열 캠프에도 관련 논란에 대한 함구령이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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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좀 올랐다고 초심을 잃고 야당 대표와 대선 주자가 뒤엉켜 싸우는 사이 대선 ‘경선 버스’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는커녕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의힘의 당 지지율은 6월 이 대표가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이후 지난달 한때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며 상승세를 탔지만 이 대표와 대선 주자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그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선수와 심판이 뒤엉켜 통화 내용을 두고 말꼬리를 잡는 모습은 참으로 유치하다”며 “분열은 곧 패망”이라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내부 분열로 정권 교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중앙당을 비롯해 시도당, 지역구 의원들과 최고위원들에게는 “당 지지율이 좀 오른다 싶으니 탄핵과 2017년 대선 패배의 충격은 잊고 다들 배가 불렀다” “한 줌도 안 되는 야당 권력을 놓고 알량한 권력 투쟁에 빠졌다”는 우려나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야당 대표가 정부 실정은 지적하지 않고 야당 흠집만 들춰내느냐며 이 대표의 자제를 촉구하는 연락이 많았다”며 “싸우기만 할 거면 탈당하겠다고 하는 당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당 게시판에는 “제1야당으로서 어떻게든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여 달라”는 비판 글이 잇따랐다.

○ 25일 비전발표회에도 갈등 불씨 수두룩해
그럼에도 이 대표와 대선 주자, 의원들 간 불신은 계속 커지고 있다. 전날 국회 의원총회에서 만난 의원들은 서로 “당 대표랑 앞으로 통화할 수 있겠나”는 자조 섞인 말을 주고받았다. “이 대표가 특정 후보와 통화하면서 여의도연구원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한 건 정당 운영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의심받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선 주자들의 반발에 이 대표가 주도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의 당 선거관리위원장 임명 방안은 가능성이 낮아졌다. 선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황우여 전 대표, 김황식 정홍원 전 총리, 정병국 전 의원 등이 물밑에서 거론된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도 거론된다. 하지만 선관위원장을 누구로 인선할지를 두고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게 당 내부의 평가다. 25일 경선준비위원회 비전발표회에서 후보들에 대한 압박면접과 봉사활동, 비전 스토리텔링 발표 등 추가 일정이 거론되는 것도 논란이다. 윤석열 캠프에선 “설익은 일정이 너무 다급하게 발표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국민의힘#저거공방#소모적인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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