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대표 1주일째 소모전, 정권 교체 의지 있나… 이러다 공멸”
黨게시판에도 비판 글 잇따라… 이준석 “설전 대신 개혁 역량 집중”
원희룡도 공세 수위 높이지 않아… ‘탄핵 발언’ 尹캠프에도 함구령
“소모적인 내전(內戰)을 치르다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저거 곧 정리된다’는 발언을 둘러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간 공방이 당내 자중지란으로 번지자 19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12일 이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간 ‘탄핵’ 발언과 ‘저거’ 논란 등으로 이어진 내홍이 일주일을 맞자 당내에선 “이러다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중앙당과 시도당에 ‘정권 교체의 의지가 있기는 하냐’는 당원들의 항의와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 교체 열망에 두 달 전 이 대표를 선택했던 보수층 유권자들이 당내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 대표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서 당이 내분으로 갈라지자 실망해 직접 질타를 보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는 것.
○ 당원들 “계속 내전 치를 거면 탈당하겠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전날에 이어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드릴 말씀이 별로 없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의미 없는 설전을 주고받기보다 당 내부의 실질적 개혁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원 전 지사도 이날 이 대표를 향한 공세 수위를 더 높이진 않았다. 원 전 지사 측은 “내홍이 길어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윤석열 캠프에도 관련 논란에 대한 함구령이 떨어진 상태다.
당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좀 올랐다고 초심을 잃고 야당 대표와 대선 주자가 뒤엉켜 싸우는 사이 대선 ‘경선 버스’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는커녕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의힘의 당 지지율은 6월 이 대표가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이후 지난달 한때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며 상승세를 탔지만 이 대표와 대선 주자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그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선수와 심판이 뒤엉켜 통화 내용을 두고 말꼬리를 잡는 모습은 참으로 유치하다”며 “분열은 곧 패망”이라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내부 분열로 정권 교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중앙당을 비롯해 시도당, 지역구 의원들과 최고위원들에게는 “당 지지율이 좀 오른다 싶으니 탄핵과 2017년 대선 패배의 충격은 잊고 다들 배가 불렀다” “한 줌도 안 되는 야당 권력을 놓고 알량한 권력 투쟁에 빠졌다”는 우려나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야당 대표가 정부 실정은 지적하지 않고 야당 흠집만 들춰내느냐며 이 대표의 자제를 촉구하는 연락이 많았다”며 “싸우기만 할 거면 탈당하겠다고 하는 당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당 게시판에는 “제1야당으로서 어떻게든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여 달라”는 비판 글이 잇따랐다.
○ 25일 비전발표회에도 갈등 불씨 수두룩해
그럼에도 이 대표와 대선 주자, 의원들 간 불신은 계속 커지고 있다. 전날 국회 의원총회에서 만난 의원들은 서로 “당 대표랑 앞으로 통화할 수 있겠나”는 자조 섞인 말을 주고받았다. “이 대표가 특정 후보와 통화하면서 여의도연구원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한 건 정당 운영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의심받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선 주자들의 반발에 이 대표가 주도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의 당 선거관리위원장 임명 방안은 가능성이 낮아졌다. 선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황우여 전 대표, 김황식 정홍원 전 총리, 정병국 전 의원 등이 물밑에서 거론된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도 거론된다. 하지만 선관위원장을 누구로 인선할지를 두고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게 당 내부의 평가다. 25일 경선준비위원회 비전발표회에서 후보들에 대한 압박면접과 봉사활동, 비전 스토리텔링 발표 등 추가 일정이 거론되는 것도 논란이다. 윤석열 캠프에선 “설익은 일정이 너무 다급하게 발표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