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지나쳤다” 사과-이해찬 전화 위로에…황교익 “거취 고민후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9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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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2018.12.14. 뉴스1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2018.12.14. 뉴스1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갈등이 가까스로 수습되는 양상이다. “‘황교익 리스크’가 여권 전체를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해찬 전 대표까지 나섰고, 황 씨와 ‘친일 프레임’ 공방을 벌였던 이낙연 전 대표도 한 발 물러났다.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내던 황 씨도 “20일 오전까지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사퇴를 시사했다.

● 한 발 물러선 이낙연, 은퇴한 이해찬도 나서
극단으로 치달았던 이번 사태는 19일 오전부터 해결 수순을 밟았다. 이날 오전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TBS라디오에서 “이낙연 캠프가 황 씨에게 친일 프레임을 건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 씨에게)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일 황 씨를 성토했던 이낙연 캠프도 이날 관련 논평을 단 한 건도 내지 않았다. 이낙연 전 대표의 발언에 황 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이 전 대표에게 ‘짐승’ ‘정치생명’ ‘연미복’ 등을 운운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정계 은퇴 상태인 이해찬 전 대표도 수습에 뛰어들었다. 그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황 씨는 문재인 정부 탄생뿐 아니라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승리에 여러모로 기여했다”며 “정치인들을 대신해 원로인 제가 대신 위로드린다. 너그럽게 마음 푸시고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앞으로도 함께 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전화로도 황 씨에게 위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여권 전체가 위험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며 “내부 분란으로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치명상을 입기 전에 이해찬 전 대표가 브레이크를 건 것”이라고 말했다. 외곽에서 이 지사를 돕고 있는 이해찬 전 대표가 현안 관련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황교익 “거취 결정할 것”
날선 반응을 쏟아내던 황 씨의 태도도 달라졌다. 황 씨는 이해찬 전 대표의 메시지 직후 “동지애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처음에는 울컥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고민을 하게 됐다”며 “내일 오전까지 입장을 정리해 올리겠다”고 했다.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안된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던 황 씨가 심경 변화를 시사하면서 여권에서는 “결국 자진 사퇴로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중소기업 양극화 실태와 중소기업 현안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재명 후보와 중소기업인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중소기업 양극화 실태와 중소기업 현안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재명 후보와 중소기업인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인사권자인 이 지사는 침묵을 이어갔다. 이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마주지차 “오늘은 중소기업에 중심을 둬야 해서 미안하다”며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 지사는 16일 성평등 공약을 발표한 뒤에도 기자들이 “황 씨 내정에 다른 후보와 야당의 지적이 있는데 생각을 물어도 되냐”는 질문에 “아니요”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그 대신 캠프의 중진인 안민석 의원(5선)이 공개적으로 황 씨의 사퇴를 압박했다.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황 씨가) 억울하겠지만 본인과 임명권자를 위해 용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황 씨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정치 생명을 끊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수류탄이 아니라 핵폭탄을 경선 정국에 투하한 꼴”이라며 “‘황교익 리스크’는 이재명 후보에게 굉장히 부담이 되는 것이고,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주자들은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이 지사를 압박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에 “끓어오르는 민심에 모르쇠로 귀 막고 어설픈 해명으로 문제성 인사를 강행한다면 깨끗한 경선에 악영향은 물론이며 당에도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인천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가) 책임 있게 철회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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