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줄었는데 수수료 인하 압박…공인중개사 속앓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8일 1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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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중개보수는 10억원 아파트 매매 거래 시 현행 최대 900만원에서 400만~500만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내릴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6일 공개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발전방안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1안은 거래금액(매매 기준) 2억~12억원의 상한 요율을 0.4%로 통일하고 12억원 이상을 현행 0.9%에서 0.7%로 낮추는 게 특징이며, 2~3안은 현재 체계를 수용해 업계 혼란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고가구간을 세분화해 중개보수 급증 현상을 완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정부는 17일 온라인 토론회를 통해 의견 수렴 후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17일 서울 강동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2021.8.17/뉴스1 (서울=뉴스1)
정부의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중개보수는 10억원 아파트 매매 거래 시 현행 최대 900만원에서 400만~500만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내릴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6일 공개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발전방안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1안은 거래금액(매매 기준) 2억~12억원의 상한 요율을 0.4%로 통일하고 12억원 이상을 현행 0.9%에서 0.7%로 낮추는 게 특징이며, 2~3안은 현재 체계를 수용해 업계 혼란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고가구간을 세분화해 중개보수 급증 현상을 완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정부는 17일 온라인 토론회를 통해 의견 수렴 후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17일 서울 강동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2021.8.17/뉴스1 (서울=뉴스1)


정부와 여론의 부동산중개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서 공인중개사들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집값 고공 행진으로 중개수수료가 함께 급등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폭발 직전이지만, 정작 공인중개사들은 정부 규제에 따른 거래 감소와 신규 출점 업소 증가로 인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첨단 정보기술(IT)로 중무장한 스타트업들의 ‘반값 수수료’ 공세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개 서비스 고급화를 포함한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부동산중개 서비스, ‘돈값’ 못한다는 불만
(서울=뉴스1)
(서울=뉴스1)


국토연구원이 어제(17일) 진행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발전 방안’ 토론회 직후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부동산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핵심은 “중개 서비스가 ‘돈값’을 못 한다”로 모아진다.

예컨대 5년 전만 해도 5억 원대 중반이었던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이 올해 6월 10억1417만 원(KB국민은행 기준)으로 10억 원대에 진입했다. 2배 정도로 오른 셈이다. 이 기간 중개수수료는 200만 원대에서 900만 원대로 4.6배 가까이 오른다는 점이다. 현행 중개수수료율 체계에선 5억 원대에선 0.4%을, 9억 원을 넘어서면 0.9%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수료는 크게 늘어나지만 중개 서비스가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된 ‘부동산 중개서비스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서 응답자(1500명) 4명 가운데 1명은 “매물 관련 안내가 불충분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2478명)의 절반을 넘는 53.0%가 직접적으로 “중개보수가 과하다”고 대답했을 정도다. 한국소비자원의 2015년 평가에서도 중개보수 대비 서비스품질이 낮다는 응답자가 매매계약 경험자의 45.5%, 임대계약 경험자의 47.9%에 달했다. 2명 중 1명은 만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집값이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보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부동산중개 수수료체계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주택 중개 거래에서 6억 원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에는 20.6%(전국 기준)였지만 2020년에는 38.5%로 껑충 뛰었다. 특히 수도권은 지난해 절반에 가까운 48.7%가 6억 원 이상 거래였다. 9억 원 이상도 2015년 9.2%에서 2020년에는 20.6%로 2배 이상 늘어났다.

● 거래 줄고, 중개사 급증, 자격시험 응시생은 역대 최대
고액 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중개업소의 매출에 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측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광호 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은 “11만 명에 달하는 개업 중개사 가운데 55%가 간이 과세자인데 소득으로 보면 연간 1500만 원”이라며 “4인 가족 최저 생계비가 월 290만 원, 연간 3500만 원인데 이 사람들(공인중개사들)이 도대체 살 수가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런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정부의 규제로 거래 건수가 줄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상화 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아파트만 매매 건수가 49만7000건, 약 50만 건이었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38만6000건으로 22.3% 줄었다”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30% 이상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임대차 3법 시행 이후엔 갱신권 청구에 따라 재계약 비율이 올라 전월세 거래건수도 급감했다”도 덧붙였다.

공인중개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 2분기 현재 개업 공인중개사는 11만7738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말 11만1016명에서 불과 6개월 사이에 6722명이 늘었는데, 이런 증가세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올해 10월 말경에 치러질 공인중개사시험에 무려 40만8000명 넘는 인원이 몰려,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13일 접수 마감한 제 32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모두 40만8492명이 접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1983년 공인중개사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 반값 수수료 앞세운 IT업계의 공세
최첨단 IT를 앞세운 직방, 다윈프로퍼티(다윈중개), 집토스, 우대빵, 킹콩 등 프롭테크 기업들의 등장은 중개업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의 부동산 매물정보를 수집, 분석한 뒤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발품을 팔지 않고도 휴대폰 등을 통해 손쉽게 원하는 집을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저렴한 중개수수료를 무기로 기존 중개업소들을 위협하고 있다. 현행 법정 중개 수수료율(0.4~0.9%)의 반값을 받거나 팔 때는 ‘무료’라는 파격적인 보수를 내세우는 곳도 있다.

그 결과 2019년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다윈프로퍼티(다윈중개)의 경우 2년 남짓 지난 올 7월 말 기준 월간 사이트 이용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또 월 평균 매물 5000여 건에, 가입한 개업 공인중개사만 1000명 이상에 달할 정도다.

정부도 프롭테크 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기존 중개업소들과 경쟁하는 구도를 갖춤으로써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역량을 갖추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고정요율을 도입해달라는 일부 소비자 요구에 “고정요율을 도입하면 분쟁의 소지가 줄겠지만 시장에서 경쟁이 없어지게 된다. IT 기술 발전으로 혁신적인 방안이 제시되면서 반값 수수료 서비스도 나오고 있는데 고정 요율이 나오면 이와 같은 서비스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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