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서점가 여성작가 돌풍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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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8월 첫주 베스트셀러
여성작가 소설 2∼6위 휩쓸어
출판계 “2030 여성독자 팬덤”
SF 등 장르문학 강세도 한몫

한국 여성 작가들이 출판시장의 대목으로 불리는 여름 휴가철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전체 베스트셀러 2∼6위는 모두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장편소설이 차지했다. 지난달 27일 출간된 이미예의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2’(팩토리나인)와 지난해 7월 출간된 전작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각각 2, 6위를 차지했다. 이달 18일 출간될 김초엽의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은 예약판매만으로 4위에 올랐다. 지난달 27일 나온 최은영의 장편소설 ‘밝은 밤’(문학동네)과 6월 출간된 정유정의 장편소설 ‘완전한 행복’(은행나무)도 각각 3, 5위를 차지했다. 알라딘 회원 가운데는 문학에 관심이 높은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보문고에선 4권(달러구트 꿈 백화점2, 완전한 행복, 달러구트 꿈 백화점, 밝은 밤), 예스24에선 3권(달러구트 꿈 백화점2, 달러구트 꿈 백화점, 완전한 행복)의 한국 여성 작가 장편소설이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포함됐다.

직장인의 휴가와 학생들의 방학이 몰려 있는 7, 8월은 서점가의 대목으로 불린다. 보통 해외여행에 들고 갈 법한 여행서나 에세이가 많이 팔린다. 오랜 기간 휴가지에 머물면서 읽을 만한 두툼한 평전이나 경영서도 인기다. 한국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지난해 알라딘에서 같은 기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 한국 소설은 정세랑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문학동네)가 9위로 유일했다. 2019년엔 박상영의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이 4위, 조정래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1’(해냄)이 10위였다. 두 작가 모두 남성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소설이 인기를 끌 만한 상황임을 고려해도 한국 여성 작가의 강세는 이례적이다”라고 했다.

출판계에선 한국 여성 작가에 대한 20, 30대 여성의 지지가 이런 현상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라딘에서 책을 구매한 이들을 분석해보니 전체 구매자 중 20, 30대 여성이 ‘지구 끝의 온실’은 64.5%, ‘밝은 밤’은 55.4%에 달했다. 조선아 알라딘 마케팅팀 차장은 “한국 여성 작가들에 대한 20, 30대 여성의 지지가 확고해 작품이 출간되기도 전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강력한 팬덤을 확보한 여성 작가들의 인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장르문학의 강세는 특히 두드러진다. 과거엔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거나 문학평론가들이 추천하는 순문학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이젠 독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원한다는 것. 이미예는 판타지, 김초엽은 공상과학(SF), 정유정은 스릴러 작품을 쓴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은 “문장 표현에 방점을 둔 순문학보단 이야기의 힘이 강하고 읽으면 영상이나 그림처럼 장면이 그려지는 장르문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장르 문학을 원하는 독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쓰는 한국 여성 작가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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