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간적인’ 챗봇이 장사도 잘한다[Monday DBR/이동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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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상담원 대신 로봇과의 채팅을 통해 상품이나 배송 문의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챗봇이 적용된 홈페이지를 이용한 것이다. 챗봇은 인공지능(AI) 기술인 자연어 처리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 고객서비스 솔루션이다. 고객과 기업이 반복되고 정형화된 문자를 기반으로 소통할 때 기존 고객 서비스 직원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챗봇이 고객과 기업 간 소통의 주요 채널로 급부상하며 기업은 고객 경험 관점에서 보다 고객 친화적인 챗봇을 디자인해 도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적 상호작용의 일환으로 기존 사람들 간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눈 깜빡임 또는 표정 등 의인화 요소를 챗봇에 적용하는 방안이 있다. 실제로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의인화된 기술은 사용자의 신뢰, 인터페이스 사용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사용자들에게 불안감과 비협조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의인화된 챗봇이 거래 건수를 늘려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챗봇 의인화가 온라인 거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의 한 온라인 여성 의류 거래 회사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이 회사는 고객에게 옷을 판매할 뿐 아니라 고객이 입던 옷을 회사에 재판매할 수 있는 양방향 거래를 운영한다. 고객은 회사에 자신이 입던 옷을 판매하기 위해 웹사이트에서 정해진 양식을 작성한다. 고객 담당 직원과 이메일 혹은 온라인 메신저로 판매하려는 옷에 대해 설명하고, 예상 매입가 정보를 받고, 배송 정보 공유 등 과정을 거친다.

연구진은 온라인 양식을 작성하고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고객 담당 직원이 수행하던 기존 매입 과정을 AI 챗봇으로 구현해 대체했다. 연구에 활용된 챗봇은 의인화 요소를 갖추고 있는데, 예컨대 이름을 가지며, 격식이 덜한 언어를 구사하고, 현재 할 말을 타이핑 중이라는 안내를 하게 한 것이 그것이다. 또 바로 대답하지 않고 분당 70단어를 구사하도록 지연 시간을 둬 마치 사람이 응답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줬다. 상황에 맞춰 일정 수준의 농담도 구사하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의인화 요소를 무작위로 배정해 의인화 요소가 없는 대조군 챗봇과의 반응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의인화 요소가 많을수록 챗봇을 통한 고객 거래 성사 건수가 늘어났다. 흥미롭게도 의인화된 챗봇을 상대한 고객은 회사가 제시한 가격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고객은 비의인화된 챗봇이 제시한 가격에 대해서는 별다른 사안 없이 수용한 반면 의인화된 챗봇이 제시한 가격에 대해서는 가격이 적절한지 또는 가격 협상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확인하려 했다.

이는 기업이 반복되고 정형화된 고객 대응 업무를 자동화된 고객 서비스로 대체하고자 할 때 어떻게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기업이 고객 서비스 솔루션을 도입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과 더불어 균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챗봇 같은 자동화된 솔루션은 숙련된 직원에 비해 사회적 지능이 결여돼 높은 수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자동화 고객 서비스 솔루션에 의인화 요소를 추가하면 균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사회적 지능을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 솔루션에 어떻게 의인화 요소를 반영할 수 있을까. 기업은 자동화 고객 서비스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에 기존 숙련된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할 때 제공하는 최적의 고객 서비스 요소가 무엇인지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요소를 자동화 고객 서비스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순차적인 실험을 통해 효과적인 고객 응대 패턴을 찾아 이를 자동화 고객 서비스 솔루션에 학습시키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동화된 고객 서비스 솔루션에 사회적 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고, 기존 숙련된 고객 서비스 담당 직원들은 사람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한 고객 혹은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AI 기반 자동화 고객 서비스 솔루션뿐 아니라 전사적 디지털 전환 전략의 도입 및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25호에 실린 ‘고객은 의인화된 챗봇 더 선호하고 흥정도 시도’를 요약한 것입니다.

이동원 홍콩과학기술대 경영대학 정보시스템(ISOM) 교수 dongwon@ust.hk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챗봇#의인화#거래 성사 건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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