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MZ세대 에세이 붐, 어떻게 골라 읽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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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만드는 법/이연실 지음/176쪽·1만 원·유유

이호재 기자
이호재 기자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쓴 에세이가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가 그만큼 MZ세대가 직접 경험한 일상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인다는 뜻일 터. 시류에 맞춰 보도자료에 ‘MZ세대’를 커다랗게 써서 언론사에 책을 보내는 출판사들도 생겨났다. MZ세대 담론에 영합해 수준 낮은 에세이를 펴내는 출판사도 종종 보인다. MZ세대 저자의 책이 정신없이 쏟아져 나와 어떤 책이 좋은지 고르기 힘들다.

이 책은 2007년 문학동네에 입사한 후 14년간 에세이를 펴낸 이연실 편집팀장의 비밀노트다. 그는 문학동네에서 작가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배우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작사가 김이나의 ‘김이나의 작사법’ 등의 굵직한 에세이를 다수 펴냈다. 그는 에세이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린다. 좋은 에세이는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제대로 된 MZ세대의 에세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에세이에 대해 해박한 선구안을 지닌 그의 시선을 빌려보자.

이 편집팀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수와 인지도에 속지 말라”고 단언한다. 요즘 SNS에서 활동하는 유명인들이 에세이를 많이 펴내지만 유명하다는 게 좋은 이야기를 담보하는 건 아니라는 것. 실제로 MZ세대의 통찰을 담은 명저를 표방하지만 저자가 SNS에 올렸던 내용을 급하게 짜깁기한 것에 불과한 책이 있다. 진하게 여운이 남는 감동보다는 빠르게 화제가 될 만한 이야기를 작가에게서 골라낸 경우도 보인다. 출판사가 MZ세대라는 허울을 씌웠지만 저자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한 것도 있다.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출판사가 홍보에만 열을 올린 것이다. “작가의 기억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는 이 편집팀장의 기준엔 못 미치는 책들이다.

이 편집팀장은 “제목을 무시하지 말라”고도 조언한다. MZ세대 저자가 썼는데 제목은 극히 평범한 책들이 있다. MZ세대 저자가 말하려는 주제와 시각을 담기 위해선 MZ세대의 일상적 표현이 담긴 제목이 필요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에세이엔 갤러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눈이 간다. MZ세대가 쓴 에세이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MZ세대 독자다. MZ세대에겐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글보다 사진이 더 매력적이다. 줄글만 가득 채워놓은 책은 MZ세대를 겨냥해 에세이를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다. 책 만듦새에 들인 성의가 부족했던 셈이다.

이 편집팀장은 “에세이의 타깃 독자는 결국 대중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에세이는 대중을 상대로 만든 책이라 품을 수 있는 층위가 넓고, 사회가 원하는 이야기를 시시각각 담을 수 있다는 것. 정치권에서 MZ세대에 대한 담론이 뜨거워지자 MZ세대의 일상을 다룬 에세이가 곧바로 인기를 끈 이유다. 지금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좋은’ MZ세대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출판사 편집자들이 그 이야기를 찾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에세이 붐#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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