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전례없는 독소조항 다수… 통과돼도 위헌 소지 커”

정성택 기자 입력 2021-08-13 03:00수정 2021-08-23 15:14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학계-전문가, 법개정 강행 비판
언론중재법 갈등에… 텅 빈 문체위 회의장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단독 소집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법안 강행 처리를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이날 “15일까지 국민의힘 자체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고,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면서 회의가 미뤄졌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소조항이 다수 들어 있다. 우리나라 법체계와 충돌하는 과잉 처벌도 많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인다고 해도 이후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아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시민 피해 구제를 입법 취지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언론 보도의 입막음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언론 보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 피해액의 최대 5배를 법원에서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내 법체계는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 여기에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추가하는 것은 과도하고 중복된 규제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사실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법 통과가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법을 발의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을 발의했으니 괜찮다고 하는 것은 황당한 핑계”라고 꼬집었다.

언론 보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에서 언론사의 매출을 손해액 산정의 기준으로 삼고, 언론사에 고의·중과실이 있다고 전제한 규정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정안은 피해 배상액 산정 시 언론사 전년도 매출액의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을 고려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거나 정정보도 청구 등이 있을 경우 언론사에 허위·조작 보도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기사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재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어도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법원이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위법행위만으로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건 민법상 원칙적으로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두는 우리 법체계와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승선 한국언론법학회장(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허위·조작 보도의 기준과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언론의 비판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고위 공직자 등의 비리에 대한 보도도 틀어막게 되는 것”이라며 “시민 피해 구제라는 민주당의 입법취지와 달리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언론의 입막음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규제하겠다는 대상 자체가 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개정안에는 보도가 진실하지 않거나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했을 때 기사의 삭제를 청구할 수 있는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도 포함돼 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진실하지 않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비진실성인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요건이 명확하지 않으면 남용의 위험성이 항상 뒤따른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조항들은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언론중재법#독소조항#세계신문협회#더불어민주당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