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영철 언급한 ‘안보위기’ 무슨 뜻?…‘北風 경고’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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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12일 0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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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보수진영 비난할 때 안보위기 거론
대선 직전 자발적 북풍 경고했을 가능성
文정부 전향적인 태도 유도 의도일 수도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인사를 보도했다. 사진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사진=노동신문 캡쳐)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인사를 보도했다. 사진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사진=노동신문 캡쳐) 서울=뉴시스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불만을 토로하며 우리측을 위협하는 과정에서 '안보위기'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를 사용했다. 이 용어는 과거 북한이 한국 내 보수진영을 비난한 때 동원했던 것이었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군사훈련으로 문재인 정부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밝힌 북한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풍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영철 부장은 지난 11일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천명한대로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했는지,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안보위기를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국가안보상 다양한 위기 상황이라는 뜻이지만 북한은 그간 이 용어를 한국 보수진영을 비난할 때 써왔다. 보수진영이 선거를 앞두고 북한 위협을 강조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결집할 때마다 북한은 '안보위기 타령', '안보위기 소동' 등 표현을 쓰며 반발해왔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6년 10월12일 논설에서 "괴뢰역도가 노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안보위기 소동으로 극도의 통치위기를 수습해보자는 것"이라며 "다시 말해 안보위기를 요란히 광고하면서 저들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을 위협공갈하고 보수세력을 집결시켜 임기 말 집권안정과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16년 10월14일 논평에서 "박근혜 패당이 우리의 핵탄두 폭발시험을 계기로 전례 없는 안보위기 소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것이 보수세력을 집결시키고 임기 말 집권 안정과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실현해보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017년 4월26일 논평에서 "최근 괴뢰정치세력들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보문제를 경쟁적으로 떠들어 대고 있다"며 "안보위기를 조장시키는 방법으로 대선판을 뒤집고 집권야망을 실현하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위기, 북풍 소동은 남조선에서 선거 때마다 발작하는 고질적인 악습"이라며 "2012년 괴뢰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군부 호전광들이 얼토당토않은 북도발설을 계속 내돌리며 최전방에까지 나가 전쟁 광기를 부린 것이나 민주개혁세력의 국회 진출을 막기 위한 종북세력 척결 소동, 남조선 정국을 일대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은 북남 수뇌상봉 담화록 공개 놀음 등은 그 대표적 실례들"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2019년 5월29일 "멀리로는 이승만, 박정희 역도로부터 가깝게는 이명박, 박근혜 역도에 이르기까지 보수패당에게는 안보위기를 제창하며 외세와 야합해 정세를 끊임없이 긴장시키고 동족대결 기운을 고취해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며 권력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생존방식으로 체질화됐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2019년 8월8일에도 "정권 탈취 야욕에 환장이 돼 고의적으로 안보위기를 고취하는 남조선 보수 패거리들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우리에게 도발의 감투를 씌우면서 안보위기가 조성된 듯이 법석 떠들어 여론을 오도하고 재집권야망을 실현하려는 흉악한 속심이 깔려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용법으로 미뤄볼 때 김영철 부장이 갑자기 안보위기를 언급한 것에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김영철 부장이 문재인 정부에 모종의 보복을 하기 위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풍을 예고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풍이란 선거 국면에서 발생하는 북한의 돌발행동을 뜻하는 용어다. 1987년 대선 전에 발생한 KAL기 폭발 사건과 선거 전날 폭파범 김현희 압송 입국, 1992년 대선 전에 안기부가 발표한 거물 간첩 이선실과 남조선노동당 사건 등이 대표적인 북풍 사례다.

그간 보수진영의 안보위기론 제기에 반발해왔던 북한이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안보위기, 즉 북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0일 담화에서 "이 기회에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문재인 정부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다만 북한이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한국 보수진영의 집권을 돕기 위해 대선 국면에서 군사 도발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북한이 북풍을 감행할 수 있음을 경고함으로써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뒤 문재인 정부로부터 더 큰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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