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집단감염 속출하는데…복잡한 절차에 접종포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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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12일 0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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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가 지역 산업단지 입주 기업 근로자들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PCR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한 7월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옆 주차장에 위치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있다. 2021.7.29/뉴스1 © News1
안산시가 지역 산업단지 입주 기업 근로자들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PCR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한 7월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옆 주차장에 위치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있다. 2021.7.29/뉴스1 © News1
“백신을 예약하려니 인증이 안 된다며 찾아온 사람들이 이 시간까지 쉼터 사무실에 줄을 섰습니다.”

지난 11일 고기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8시가 넘은 시간 협의회 사무실에 줄을 선 사람들은 모두 백신 예약에 실패한 불법체류 외국인이었다.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도 백신 접종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소 방문해 임시관리번호 받은 뒤 전화로 예약

불법체류 외국인은 신분증을 가지고 보건소에 방문하면 임시관리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후 일반국민과 동일하게 생년월일 끝자리와 같은 날짜에 백신 예약을 하면 된다.

고기복 위원장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임시관리번호를 발급하기 위해 보건소에 방문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법체류 외국인) 대부분이 평일 낮에 일을 한다”며 “일을 빠지기 힘든 불법체류 외국인 대신 대리인이 임시관리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한 지역에서는 보건소를 방문한 외국인이 불법체류 단속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협의회와 함께 보건소에 방문하기로 했다가 이 소문을 듣고 연락이 끊긴 이들도 있다고 했다.

임시관리번호 발급 이후 절차를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대부분의 불법체류 외국인은 본인명의 휴대전화가 없어서 온라인 예약 대신 날짜에 맞춰 전화로 접종 예약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고기복 위원장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임시관리번호를 전달하고 다음 과정을 최대한 쉽게 설명해줘도 잘 모르겠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관리번호를 발급할 때 접종 예약까지 진행하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고기복 위원장은 불법체류 외국인 대부분이 백신을 맞고 싶어 한다고 했다. 백신을 맞고 싶지만 복잡한 절차 앞에서 막막하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 포기할 경우 방역 사각지대 커질 수 있어

절차가 복잡해 백신 접종을 포기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늘어날 경우 이들을 중심으로 방역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일 건설현장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구로구 고시원의 경우 확진자 12명 중 9명이 외국인 근로자였다.

파주의 한 인력사무소에서는 지난 2일 외국인 근로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흘 만에 외국인 근로자 20명이 추가 감염됐다.

외국인 근로자 확진이 이어지자 최근 파주시와 고양시, 수원시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 자치구에 건설현장 근로자에 대한 방역 강화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중 불법체류 외국인이 많아 이들에 대한 방역 강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건설현장 근로자 9만5000여명 중 외국인 근로자는 약 2만명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대부분 일용직으로 새벽 인력시장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통해 감염이 확산될 경우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힘들고 확산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외국인을 포함한 건설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선별진료소’를 26일까지 운영한다.

또 외국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알리는 외국어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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