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부터 주택청약까지… ‘열여덟 어른’들의 든든한 디딤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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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청소년 자립 지원 대책들
삼성전자-사회복지공동모금회, 2014년부터 ‘희망디딤돌’ 이어와
생활 전반에 대해 맞춤 관리 제공… 정부, 자립수당 지원 기간 늘리고
내년까지 임대주택 2000채 공급… 취업지원-전문기술 훈련 등 확대

10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희망디딤돌 전북센터 개소식에서 센터 건립을 지원한 기관의 관계자들이 개소를 축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환 굿네이버스 전북지역본부장,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 이명연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김성주 국회의원, 김상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송하진 전북도지사,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 이호균 굿네이버스 이사장, 김동수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10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희망디딤돌 전북센터 개소식에서 센터 건립을 지원한 기관의 관계자들이 개소를 축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환 굿네이버스 전북지역본부장,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 이명연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김성주 국회의원, 김상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송하진 전북도지사,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 이호균 굿네이버스 이사장, 김동수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어떻게 미래를 계획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했는데, 전입신고 방법부터 주택청약 드는 법까지 옆에서 세세하게 알려주는 분들이 생겨 든든합니다.”

전북에 사는 A 씨(22)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헤어져 조부모 손에 자랐다. A 씨 가정처럼 조부모 또는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이 아동을 위탁 양육하는 경우 지역 내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A 씨 역시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생필품 등을 지원받으며 지내왔다.

희망디딤돌 전북센터 외부 모습.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희망디딤돌 전북센터 외부 모습.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문제는 A 씨가 성인이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A 씨에 대한 가정위탁지원센터의 지원이 끝난 것이다. 취업을 위해 조부모님 집에서 독립한 그는 홀로 삶을 꾸려 나가기가 막막했다. A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월세와 생활비는 부담스럽고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컸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최근 큰 변화가 찾아왔다. A 씨가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희망디딤돌 전북센터’에 입주하면서부터다. A 씨는 “앞으로 제과제빵 학원을 다니면서 빨리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 연간 2500명 ‘열여덟 어른’의 홀로서기


A 씨처럼 위탁가정 또는 복지시설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가 되면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청소년’은 해마다 2500여 명에 달한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보호 받는 이들보다 일찍 보호자의 품을 벗어나는 만큼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기 쉽다. 이에 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삼성전자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는 일찍이 보호종료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014년부터 이들을 돕는 ‘희망디딤돌 사업’을 시작했다. A 씨가 입주한 희망디딤돌 전북센터도 그 사업의 일환이다. 전북센터는 전주시의 신축 오피스텔에 보호종료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원룸과 교육 공간 등을 마련해 문을 열었다. 센터는 보호종료청소년들에게 취업과 재정관리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일대일 맞춤형 관리도 제공할 계획이다.

센터는 또 아직 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이 미리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진로교육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김모 양(19)도 이 자립 준비 프로그램에 참여해 큰 도움을 얻었다. 현재 보육원에 머물고 있는 김 양은 내년 보육원 퇴소를 앞두고 있다. 김 양은 자립 교육 중 바리스타 체험을 하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상담을 통해서 어린 시절의 상처도 조금씩 돌아보게 됐다. 김 양은 “자립 준비를 통해 내 자신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나를 응원해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재 희망디딤돌 센터는 부산, 대구, 강원 등 7개 지역에 마련돼 있다. 삼성전자와 모금회 측은 앞으로 경기도와 전남 등에 센터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모금회 측은 “앞으로도 보호종료청소년들의 안전한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정부도 보호종료청소년 지원 강화

희망디딤돌 전북센터 생활실 모습. 이 공간에서 보호종료청소년들이 생활하게 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희망디딤돌 전북센터 생활실 모습. 이 공간에서 보호종료청소년들이 생활하게 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보호종료청소년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은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보호종료청소년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 4월부터 7월까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여 실태조사와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보호가 종료되는 나이는 현행 만 18세에서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 월 30만 원인 자립수당 지원 기간이 현재는 보호 종료 후 3년에 그치지만, 내년부터 5년으로 늘어난다. 시설에서 독립한 뒤 살 곳이 없어 불안을 겪지 않도록 주거 지원도 마련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총 2000채의 공공임대 주택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다른 청년들과 공평한 출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취업 지원과 전문기술 훈련 기회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주=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취업준비#주택청약#열여덟#보호종료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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