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엔 ‘송심이심’ …국힘엔 ‘이심최심’ 있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10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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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최재형, 집안 싸움 속 서로 '우군' 자처
李-尹 갈등 와중에 崔 "당 대표 중심 결집해야"
尹, 당 지도부와 갈등 지속시 崔 반사이익 가능
당내 외연확장 위해 李대표와 갈등 피할 수도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당대표와 최재명 전 감사원장이 ‘집안 싸움’ 속에서도 서로의 우군을 자처하자 당 내에서는 ‘이심최심(李心崔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송영길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밀어준다는 ‘송심이심’(宋心李心)에 빗댄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대표 간 경선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 국면 속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 대표를 지원사격하자, 이 대표와 최 전 원장이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이 나오면서 ‘이심최심’ 논란이 일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 지난 4일 경선 후보 쪽방촌 봉사활동, 5일 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전체회의 등 당 행사에 잇단 불참으로 이 대표의 심기를 건드린 상황에서 보이콧 제안설까지 불거지자, 이 대표는 “갈수록 태산”, “그러고서 나온 게 후쿠시마 발언” 등 의 말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대표와 캠프 간 이례적인 설전에 당 내에선 “콩가루 집안(김재원 최고위원)”, “부끄러운 감정싸움(박진 의원)”, “ 쪽박까지 깨는 자해정치(하태경 의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당 지도부와 후보들 모두 자중하자는 쓴소리를 낸 것과 달리 최 전 원장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결속을 강조하며 온도차를 보였다. 이 대표와의 결속력을 활용해 당내 지지세를 확장하고 젊은 세대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게 최 전 원장의 정치적 셈범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최근 당내에서 우리 당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저는 우리 당이 당대표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우리 당이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서 정권 교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당 대표의 권위가 훼손되어선 안 되겠다”며 “저 역시 당대표를 중심으로 우리 당의 모든 역량이 결집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이 대표의 ‘우군’을 자청했다. 최근 ‘이(李)-윤(尹) 갈등’ 국면에서 당내 대권주자 중 이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를 낸 건 최 전 원장이 유일하다.

이 대표도 최 전 원장의 우군으로 보이는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윤 전 총장과 경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 대표가 당에 협조인 후보에겐 당력을 집중해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윤 전 총장의 동참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주 윤 전 총장의 후쿠시마 원전 관련 발언이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캠프 체계를 잡아가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대구를 찾은 윤 전 총장이 대구 출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것에 대해 인간적으로 ‘송구한 마음’을 표했던 것에 대해 이 대표는 “저는 속으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시오’했는데 그 강으로 들어가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이 탄핵의 강에 빠져드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범죄”라고 표현한 최 전 원장의 발언에 대해선 이 대표는 별도 언급을 하지 않고 넘겼다. 최 전 원장이 가장 존경하는 역대 대통령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꼽아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당 회의실에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걸어두고 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두둔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최 전 원장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두고 최 전 원장의 전략과도 맞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과 이 대표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이에 실망한 윤 전 총장의 지지층이 최 전 원장으로 옮겨오는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다는 게 최 전 원장 측의 판단이다.

최 전 원장이 입당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당대표와 각을 세우는 모습도 당내 외연확장에 도움될 게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쟁쟁한 중진들을 꺾고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점을 고려할 때 이 대표의 존재감을 더욱 무시할 수 없다. 당 일각에선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급변한 국민의힘 당내 권력지형의 변화에 최 전 원장이 빠르게 적응하며 ‘정치인’으로 진화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정책 전문성이나 국정 비전이 부족한 최 전 원장이 내실을 다지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만 쫓을 경우 오히려 대선 경쟁력이 약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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