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라면 이웃과 동행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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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교회 김범기 목사
파킨슨병 딛고 2017년 교회 개척
음악회-그림대회 등 개최 이어가

오솔길교회의 숲길지기를 자처하는 김범기 목사. 파킨슨병과 싸우며 교회를 개척한 그는 아내, 세 딸과 함께 지역 사회를 섬기고 있다. 고양=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오솔길교회의 숲길지기를 자처하는 김범기 목사. 파킨슨병과 싸우며 교회를 개척한 그는 아내, 세 딸과 함께 지역 사회를 섬기고 있다. 고양=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경기 고양시 덕양대로의 한 상가 2층에 작은 교회가 있다. 오솔길교회라는 이름처럼 자그마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손바닥보다 조금 큰 십자가가 보이고 긴 의자 서너 개가 놓여 있다. 약 50m²(15평)의 공간이다. 규모는 작지만 이 교회는 뮤지컬 배우와 성악가가 참여하는 음악회와 그림 그리기 대회를 개최하고, 한때 어린이 야구단까지 운영했다. 6일 이 교회의 ‘숲길지기’를 자처하는 김범기 목사(49)를 만났다. 그는 부목사 시절이던 2015년, 43세의 한창 나이에 갑자기 파킨슨병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2017년 4월 9일 교회를 개척했다. 그날은 그의 생일이었다.

― 교회가 아담하다.

“처음 오는 분들 중 이곳은 사무실로 생각하고, 본당(예배당)은 어디에 있냐고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작은 공간을 다시 예배당과 학생들을 위한 공부 공간으로 나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40명 넘게 함께한 적도 있다.”

―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파킨슨병 판정을 받기 석 달 전 셋째인 막내가 태어나 앞이 더 캄캄했다. 불치병에 걸린 부목사를 받아주는 교회는 없었다. 2년 동안 교회 일을 할 수 없어 교단법에서 허용하는 일로 생계를 꾸려갔다.”

― 어떻게 교회 개척을 결심했나.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로 교회를 섬기며 목회에 대한 갈망이 더욱 깊어졌다. 비록 아픈 몸이지만 하나님께서 개척의 길로 인도하신다면, 이런 몸이라도 쓰겠다고 하신다면, 기꺼이 그 길을 가겠다는 결심이 섰다.”

― 교회 개척은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훨씬 많다.

“개척교회 3년 생존율이 2%라고 한다. 하지만 아프고 나서는 무서운 게 없더라. 오솔길교회도 몇 년은 우리 가족만 예배드릴 각오를 했는데 지금 신자가 15명이나 된다. 교계에서는 이걸 ‘기적’이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그는 개척교회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교회 유머’를 들려줬다. “절대로 울지 않는 코끼리가 있는데 울리면 1만 달러를 주겠다고 합니다. 누군가 나와 어떤 얘기를 했더니 코끼리가 울었다고 해요. 그게 목사가 교회 개척한 얘기랍니다. 또 하나, 절대 앞발을 들지 않는 코끼리가 있어요. 누군가 ‘나랑 같이 교회 개척하자’고 하니 코끼리가 앞발을 번쩍 들더랍니다. 두 손 든 거죠. 하하.”

― 교회 규모에 비해 큰 음악회와 그림 그리기 대회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왔다.

“교회는 사회와 동행해야 한다. 전국에 5만여 개의 교회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5만 1번째 교회가 되고 싶지 않다. 노을음악회와 그림대회, 지역신문 발행 등 우리가 한 일은 모두 이웃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과거 교회가 먹을 것을 나눴다면 이제는 정보와 문화를 나눠야 한다.”

― 올해 음악회는 어떻게 진행하나.

“29일 교회가 있는 아파트 단지 특설무대에서 오페라 ‘마술피리’ ‘라보엠’, 뮤지컬과 영화음악의 하이라이트를 공연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 많은 이웃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고양=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교회#개척교회#김범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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