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니라 시작! 메달 없어도 희망을 전해준 선수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8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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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황선우가 28일 오전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0m 자유형 준결승전을 마치고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2021.7.28/뉴스1
수영 황선우가 28일 오전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0m 자유형 준결승전을 마치고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2021.7.28/뉴스1
한국 수영의 희망으로 떠오른 황선우(18·서울체고)는 메달 없이 귀국하고도 “후련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도 그를 행복하게 만든 요소다.

황선우는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00m 지점까지 세계 최고기록 페이스를 앞서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자유형 100m 준결선 때는 아시아 기록을 갈아 치우며 한국 선수 최초이자 아시아인으로 65년 만에 결선에 오르기도 했다. 황선우 덕분에 국민들도 ‘목적지’와 ‘결과’가 아닌 ‘경로’와 ‘과정’에 주목했다.

‘암벽 신동’ 서채현이 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볼더링 종목에서 암벽을 오르고 있다. 서채현은 이날 스피드 8위, 볼더링 7위, 리드 2위로 전체 8위(112점)를 기록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암벽 신동’ 서채현이 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볼더링 종목에서 암벽을 오르고 있다. 서채현은 이날 스피드 8위, 볼더링 7위, 리드 2위로 전체 8위(112점)를 기록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여자부 8위에 오른 서채현(18·서울신정고) 역시 3년 후인 2014 파리 올림픽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이번 대회는 스피드, 볼더링, 리드를 합쳐 순위를 정했지만 파리에서는 서채현이 가장 약한 스피드가 별도 세부 종목으로 분리되기 때문이다. 서채현을 응원하려고 국민들은 기꺼이 스포츠클라이밍 세부 종목별 특성까지 공부했다.

남자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4위에 오르며 한국 다이빙 역사상 최고 올림픽 순위를 남긴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이나 한국 올림픽 근대5종 여자 개인전 최고 순위(11위) 기록을 갈아 치운 김세희(26·BNK저축은행)도 파리를 꿈꾼다. 우하람은 “연이어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다. 하지만 메달이 없으면 이런 수식어를 스스로 납득하지 못할 것 같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메달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우하람이 3일 일본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준결선에서 연기를 준비하고 있다. 오른쪽 어깨 위에
 오륜기가 다이빙하는 듯한 문신을 새겨 넣은 게 눈에 띈다. 도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우하람이 3일 일본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 준결선에서 연기를 준비하고 있다. 오른쪽 어깨 위에 오륜기가 다이빙하는 듯한 문신을 새겨 넣은 게 눈에 띈다. 도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여자 유도 48kg급 간판 강유정(25·순천시청)은 경기 내용보다 준비 과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강유정은 지난달 24일 대회 첫 경기 시작 2분 만에 탈락했지만 계체 과정에서 150g을 줄이려고 머리를 하얗게 밀고 나온 이야기 덕분에 ‘운동선수에게 올림픽이란 무엇인가’를 국민들에게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게다가 강유정은 자신이 탈락한 다음 날에도 52kg급 대표 박다솔(25·순천시청)의 연습 도우미로 나서 동료의 올림픽 꿈을 응원하기도 했다.

물론 3년 뒤 결과가 달콤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안 되면 또 도전하면 된다.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요트 레이저급에서 28위에 올랐던 하지민(32·해운대구청)은 2012 런던 28위, 2016 리우데자네이루 13위에 이어 이번 대회에는 7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 요트 역사상 올림픽 최고 순위를 남겼다.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부딪치고 또 부딪쳐 얻어낸 결과였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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