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5종 올림픽 첫 메달 역사…전웅태, 남자 개인전서 동메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7일 2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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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5종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 나왔다. 한국 근대5종 간판스타 전웅태(26·광주시청)7일 일본 도쿄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총 1470점으로 영국의 조셉 충(1482점), 이집트의 아흐메드 엘젠디(1477점)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열린 올림픽 근대5종에서 한국 선수가 시상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2년 런던에서 정진화(32·LH) 등이 세웠던 11위다.

전웅태는 이틀 전 펜싱 랭킹라운드(35경기)에서 21승 14패(226점)로 9위를 했다. 이어서 이날 첫 경기로 열린 수영 200m(영법 관계없음)에서 1분 57초 23으로 316점을 기록했다. 펜싱 보너스라운드에서는 첫 경기에서 패하며 추가 점수를 챙기지 못했지만 승마에서 11점 감점된 289점을 따냈다. 세 종목에서 총합 831점으로 4위를 했다.

마지막 레이저런(육상과 사격이 결합된 종목)에서 뒤집기가 일어났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레이저런(11분2초50)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이 종목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전웅태는 첫 사격 5발에서부터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리며 메달권에 들었다. 한 때 2위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28초 먼저 출발한 충과의 거리는 좁히지 못했다. 엘젠디가 사격에서 예상 밖 선전을 하면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웅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수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서울체중에 입학 뒤 쟁쟁한 선수들을 만나면서 진로 고민도 커졌다. 중 1때 수영 선수로 소년 체전 출전이 무산되면서 펑펑 울기도 했다. 이후 근대5종 선생님의 눈에 띄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승마 훈련을 하다 낙마한 전웅태는 말발굽에 밟혀 왼팔 뼈가 부러졌다. 20㎝길이의 수술자국이 남아 있다.

이후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아 경기에서도 남자 개인 금메달을 따내는 등 국제대회를 휩쓴 전웅태는 2018년 당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면 국제근대5종경기연맹(UIPM)의 최고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곱상한 외모에 ‘근대5종의 아이돌’로 불리기도 한다.

메달을 걸고 취재진 앞에 선 전웅태는 “56년(실제로는 57년) 이루지 못한 한을 풀었다. 일본 하늘에 태극기가 올라가서 기쁘다”고 말했다. “내년에 아시아경기, 3년 뒤 파리올림픽 있으니까 파리에서는 동이 아니라 좀 더 발전하는 전웅태가 돼서 금, 은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근대5종을 알리고 싶다’는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했던 전웅태는 “아직 (한국에 돌아가지 않아서) 실감을 못하지만 앞으로도 더 많이 알릴 기회가 있으니까 기대해달라. 모르는 분이 많을수록 더 알릴 준비가 됐다. 나에게 많이 물어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근대5종 대표팀 주장 정진화는 전웅태에 이어 네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2년 런던 때부터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정진화는 마지막 레이저런을 2위로 출발하면서 입상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 시상대 위에 서진 못했다. 경기 뒤 한참 눈물을 쏟으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온 정진화는 “4등만 하지 말자 했는데 4등으로 들어와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웅태의 등을 보고 뛰어서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고 했다. “선배들이 닦아준 길을 누가 되지 않게 따라 뛰었고 내가 만든 길을 전웅태 선수가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줬다. 앞으로 근대5종 세계적인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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