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돌부처…오승환 “너무 힘드네요”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7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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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결정전서 ⅓이닝 5실점 '와르르'

오승환(39·삼성 라이온즈)은 ‘끝판대장’, ‘돌부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 ‘끝판대장’으로 불린다. 돌을 던지는 것 같이 묵직한 공을 던지면서, 마운드 위에서는 좀처럼 표정이 변하지 않아 ‘돌부처’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끝판대장’도, ‘돌부처’도 무너졌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마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6-10으로 패배했다.

동메달 획득에도 실패한 한국 야구 대표팀은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오승환이 무너진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 됐다.

1회에만 4점을 내줘 2-5로 끌려가던 한국은 5회말에만 4점을 몰아치며 역전을 일궜다. 6회초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키움 히어로즈)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한국이 흐름을 가져오는 듯 했다.

하지만 8회초 마운드를 이어받은 오승환이 홈런 한 방을 얻어맞는 등 ⅓이닝 동안 5실점하면서 한국은 6-10으로 역전당했다.

오승환은 제이슨 구즈만에게 우전 안타를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희생번트와 내야안타, 볼넷을 연달아 허용하며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린 오승환은 폭투를 던져 도미니카공화국에 동점 득점을 줬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는 후안 프란시스코에게 좌중간 펜스를 직접 맞히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승환은 1사 2루 상황에서 요한 미에시스에 쐐기 투런포까지 헌납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홈런을 헌납한 뒤 오승환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좀체 변하지 않는 표정도 흔들렸다. 허탈함과 아쉬움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강판된 후 더그아웃에서 오승환의 표정도 평소와는 완전히 달랐다.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경기 후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던 오승환은 취채진의 부름에 멈춰섰다. 취재진을 마주한 그의 눈가는 촉촉했다.

대회를 마친 소감을 묻는 말에 오승환은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진짜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힘겹게 입을 똈다.

이어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고, 선수들과도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마무리를 잘 하고 싶었는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지금 너무 힘들다. 어떤 말로도 설명드리기 힘든 상태다”라고 토로했다.

오승환은 “다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이래서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분명한 것은 지금 선수들이 무척 분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야구 팬들의 실망감이 크실 것이다. 죄송한 마음 뿐”이라면서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어두운 표정을 걷어내지 못한 오승환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부분이 나왔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더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힘겹게 인터뷰를 마친 오승환은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인 뒤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요코하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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