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쌈짓돈’처럼 빼 쓰더니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하나

동아일보 입력 2021-08-06 00:00수정 2021-08-0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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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내년도 고용보험료율을 0.2∼0.4%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노사정이 참여한 ‘고용보험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에 제출했다. 코로나19로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보험료 수입은 안 늘어나는데 실업급여 혜택을 대폭 확대하고, 정부가 생색낼 사업에 쓸 돈을 고용보험기금에서 빼서 쓰는 등 방만한 기금 운용도 주요한 원인이 됐다.

정부 안대로 보험료율이 오르면 월급 300만 원인 근로자는 매달 3000∼6000원씩 고용보험료를 더 떼이게 된다. 고용보험료는 근로자, 사업주가 반반씩 내기 때문에 사업주도 같은 금액을 추가로 내야 한다. 1995년 제도 도입 후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한 번씩 인상됐던 고용보험료가 현 정부에선 2019년에 이어 두 차례나 오르게 됐다.

정부가 보험료를 또 올리려는 건 기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말 10조 원이 넘던 기금 적립금이 올해 말엔 ―2조8544억 원으로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업자가 늘면서 올해 2월부터 매달 실업급여로만 1조 원 넘는 돈이 나가고 있다. 현 정부 초 최저임금 급등 등의 영향으로 ‘일자리 쇼크’가 발생해 보험료 수입이 정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았고, 2019년부터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기간을 크게 늘리는 바람에 기금은 이미 심하게 부실해진 상태였다.

게다가 정부는 재정적자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의식해 고용유지지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세금을 거둬 지출해도 되는 사업비까지 굳이 고용보험기금에서 가져다 쓰면서 적자를 키웠다. 근로자, 기업들이 돈을 내 쌓은 기금을 쌈짓돈 삼아 선심성 정책을 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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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같은 위기에 대비해 고용보험기금은 늘 건전성을 충분히 유지해둬야 한다. 보험료 낼 사람이 부족한데 대책도 없이 지출만 확대하면 기금에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과 기업에 다시 손 벌리기에 앞서 기금 부실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소상히 밝히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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