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출금리 올리고 예금이자 낮춰 사상 최대 수익 낸 은행들

동아일보 입력 2021-08-06 00:00수정 2021-08-0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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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이자 수익으로 사상 최대인 15조4585억 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빌려줄 때는 이자를 많이 받고, 고객 예·적금에는 이자를 적게 준 결과다. 비판이 쏟아지자 은행과 정부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은행이 “대출을 억제하라는 정부 압력에 금리를 올렸다”고 하지만 정부는 “이자 더 받으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자 부담에 짓눌린 국민이 보기에는 볼썽사나운 책임 떠넘기기일 뿐이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6월 2.93%에서 1년 새 3.75%로 올랐는데, 정기적금 금리는 1.23%에서 1.12%로 하락했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가 1.7%포인트에서 2.63%포인트로 커졌다. 더 받고 덜 주니 이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 탓에 대출 금리를 올렸다고 하지만 적금 금리를 낮춘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나.

은행들은 예대(預貸)마진으로 손쉽게 돈을 벌고도 고객 혜택에는 인색하다. 전세나 직장인 대출에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줄줄이 낮추거나 없앴다. 고금리 상품을 내놨지만 신용카드 사용 등 온갖 조건을 붙여놓았다. 고객에게 도움이 될 만한 혁신도 찾아보기 어렵다. 은행들은 연간 수조 원씩 이익을 내고도 1000억 원 남짓 이익을 내는 인터넷은행과 시가총액이 비슷한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금리가 올라도 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주식 투자 열풍과 함께 집값 폭등으로 빚을 낸 수요자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빚투’ ‘영끌’ 등 대출 수요를 늘렸고, 여기에 대출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은행 수익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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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오랫동안 관치(官治)금융을 비판해 왔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늘리는 데는 정부를 탓하며 관치금융을 이용하고 있다. 서민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늘리면서 예대마진 장사만 하는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금융 후진국이라는 불명예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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