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앞으로 말조심… 맞아도 KO 노리는 타이슨 정치 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시무7조’ 조은산 만나 대화중 밝혀… “조국수사는 정의-정치 아닌 상식”
말실수 논란 관련 “정치 처음이라 검사처럼 설명하다가 오해 불러”
합류설 김관영-김성식 “안간다”

尹, 당원 모집 캠페인 동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국민의힘이 새겨진 어깨띠를 맨 채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활동을 하던 중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尹, 당원 모집 캠페인 동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국민의힘이 새겨진 어깨띠를 맨 채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활동을 하던 중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직하게 두들겨 맞아도 케이오(KO·Knock Out)를 노리는 타이슨이 낫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시무 7조’를 올려 화제를 모은 조은산(필명) 씨를 만나 이같이 말하며 자신의 정치 철학을 설명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 씨는 3일 윤 전 총장과 나눈 대화를 블로그에 공개했다.

○ 尹 “여의도 정치 문법보다 진정성”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식당에서 조 씨와 만나 100분가량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 씨가 권투 선수를 예로 들며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와, 타이슨 중에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하고 싶은가”라고 묻자 윤 전 총장은 주저 없이 헤비급 세계 챔피언을 지낸 ‘핵주먹’ 타이슨을 꼽았다. 조 씨가 “잘 어울린다. 요즘 심하게 얻어맞고 계시던데”라고 하자 윤 전 총장은 크게 웃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왜 수사했느냐’는 물음에는 “그것은 정의도, 정치도 아니었다. 상식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정의를 법과 연관시키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특히나 검사가 정의감에 물든 순간 수사는 공정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 들어왔을 때 힘을 발휘하는 게 정의”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조 씨는 “그의 철학은 확고했고 그만큼 말 또한 직설적이었다. 연이은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조 씨의 글을 보고 받고 말없이 웃음을 보였다고 캠프 관계자는 밝혔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타이슨 스타일’이란 잔기술을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의 실수를 틈타 점수를 쌓기보다는 우직한 평소 스타일대로 정공법 승부를 펼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지인들에게 “결국은 큰 흐름과 민심에 따라 가는 것이라 본다”면서 “여의도 정치 문법도 중요하지만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 “타이슨도 많이 맞으면 아파” vs 尹 “앞으로 조심하겠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전 총장의 잇단 발언 논란 등에 대해 “아무리 타이슨라도 많이 맞으면 아프다. 불필요한 펀치는 안 맞는 게 좋다”는 말도 나온다. 대선 도전을 앞둔 윤 전 총장이 맨몸으로 승부할 게 아니라 여러 정무적 정치적 준비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

이날 윤 전 총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이 정제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정치를 처음 시작하다 보니…. 앞으로 그런 부분은 좀 많이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 시절에는 재판부와 조직 수뇌부, 같은 팀원 분들을 설득하는 것이 직업이었다”며 “정치는 조금 다른데, 제가 설명을 자세하게 예시를 들어 하다 보니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재선 그룹인 박성중 이만희 송석준 의원과의 오찬에서 언론 대응 방식이나 체중 조절 문제 등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

또 윤 전 총장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서울 은평구 당협위원회를 방문해 ‘당원배가운동’에 참여했다. 은평구는 윤 전 총장의 모교인 충암고가 있는 곳으로, 이날 윤 전 총장의 고교 은사가 현장을 찾아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측으로부터 캠프 합류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채이배 김성식 김관영 전 의원 등 옛 국민의당 인사들은 이날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채 전 의원은 “영입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전직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심지어 전화도 만남도 없이 언론에 흘렸다”고 성토했다. 입당 후에도 중도 호남 확장 전략을 펼친다던 윤 전 총장의 구상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국민의힘은 대선후보 검증단장으로 과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저격수’로 불렸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김진태 전 의원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윤석열#타이슨 정치#시무7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