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 구성 합의 잉크도 안 말랐는데 與 다시 논의하겠다니

동아일보 입력 2021-08-04 00:00수정 2021-08-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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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다음 주 의원총회를 열고 여야 간의 원(院) 구성 합의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여야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7개를 국민의힘에 넘기고, 법사위는 체계자구심사 기한을 단축하는 등 권한을 축소한 뒤 내년 6월부터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여당 강성 지지자들은 당 지도부에 ‘문자 폭탄’을 보내 항의했고, 강경파 의원들은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라며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

지난해 5월 시작된 21대 국회는 원 구성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각종 법안 처리의 관문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은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2004년 17대 국회부터 줄곧 야당에서 맡아왔는데, 거여(巨與)가 된 민주당이 이를 거부한 것이 주원인이다. 결국 여당이 상임위원장 18개를 독식했다. 이후 여당이 기업규제 3법을 비롯해 경제 활력을 저하시키는 법안 등을 강행 처리했지만 야당은 속수무책이었다.

4·7 재·보선에서 여당의 독선적 국회 운영에 대한 비판적 민심이 확인되자 여당이 태도를 바꿔 상임위원장 재배분이 이뤄지게 됐다. 여당이 양보한 게 아니라 원래 국회 관행에 따라 야당 몫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일 뿐이다. 여당 지도부는 ‘입법 독주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큰 손해를 본 것처럼 여권에서 합의 파기 요구가 나오고 일부 여당 대권 주자들까지 가세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의총에서 합의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

여야 합의대로 원 구성이 이뤄지면 1년 넘게 비정상적으로 운영돼온 국회가 정상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렵게 만든 기회를 여당이 일방적으로 걷어찬다면 여야 간 신뢰가 무너지고 극한 대치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와 민생고에 지친 국민은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협치의 물꼬를 트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민주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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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원구성 합의#재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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