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13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전… 여백의 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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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상일 9단 ● 미위팅 9단
본선 24강 2보(12∼29)

변상일 9단은 백 12로 붙이는 선택을 했다. 흑 17까지는 정석 진행이고, 백 18이 일종의 평화를 구하려는 제스처다. 최강은 참고 1도 백 1로 잇는 수인데, 흑 10까지 전투를 각오해야 한다. 변 9단은 초반 전투가 시기상조라고 본 듯하다.

좌하귀를 결정짓지 않고 흑 19로 먼저 침입한 건 상대의 응수에 따라 효율적으로 두겠다는 뜻이다. 고수들은 이런 선택으로 득을 보곤 한다. 그림에 비유하자면 여백의 미(美)와 같다고 할까. 초짜들은 차곡차곡 여백을 다 메워야 그림이 완성되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대가들은 여백을 그대로 놓아두거나 나중에 살짝 덧칠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백 20은 좌변을 막고 싶다는 뜻이다. 잡고 싶은 반대쪽을 끊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참고 2도처럼 흑 1, 3으로 두면 백 4로 젖혀 8까지 좌변을 막을 수 있다. 흑 23은 백 24를 각오한 수로 29까지 이제 전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구기호
#바둑#제13회#춘란배#세계프로바둑선수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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