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아이스백에 직접 가져가라고?” 동네병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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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3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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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배송 일부를 동네 병원에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네병원에 코로나 백신 배송까지 떠넘기다니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3일 오전 11시 기준 45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자신을 소아청소년과 의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첫 번째 백신 배송은 콜드체인 업체와 군인 대동 하에 배송이 됐다. 그런데 이번 주 백신은 보건소로 가지러 오라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같은 건물에 다른 병원들은 10바이알(약병)이 넘어 배송해주지만 그 미만이면 아이스백 들고 가지러 오라고 했다”면서 “동네병원이 콜드체인 업체도 아니고, 이 더위에 아이스박스로 4도에서 8도로 유지가 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침 진료도 못 하고 (거리상) 한 시간이 넘는 보건소를 가는 내내 온도 유지가 잘 안 될까 봐 조마조마하다”며 “질병관리청, 보건소에서 해야 할 중요한 업무를 왜 개인에게 위임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앞서 모더나 백신 용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앞서 모더나 백신 용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앞서 정부는 모더나 백신 공급이 지연되자 접종 일정을 맞추기 위해 당국이 모든 위탁의료기관에 공급하던 방식을 개별 위탁의료기관이 보건소에서 백신을 수령하도록 일시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그러나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코로나19 백신이 운송상의 관리 미비로 인해 폐기되거나 안정성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동네 병원들이 배송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 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초저온 냉동보관이 필요하다. 화이자는 영하 60~90도, 모더나는 영하 20도에서 유통·보관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폐기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부터 7월 1일까지 폐기된 백신은 8886회분으로, 대부분 보관 적정 온도 일탈로 폐기됐다.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되는 화이자 백신. 뉴시스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되는 화이자 백신. 뉴시스

의료계도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배송체계 변경에 대해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소량이라 할지라도 정부의 배송방식은 백신 폐기량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재 상황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건강을 위해 국가가 담당해야 할 백신 배송의 책임과 안전관리 업무를 개별 의료기관들에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은 일정 수준의 저온 냉장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콜드체인 유지가 필수적”이라며 “반드시 일정 온도 유지를 위해 온도계·냉매제 등의 장비를 갖추고 엄격한 관리하에 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일 브리핑에서 “이는 일시적인 조치로, 앞으로는 위탁의료기관까지 콜드체인을 유지해서 배송할 예정”이라며 “다만 백신 유통 중 위탁의료기관의 사정으로 휴가나 휴원, 정전 등으로 백신 수령이 어려울 경우에 한해 보건소를 통한 방문 수령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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