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조은산 만났다 “조국 수사 왜 했느냐면…”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8-03 11:25수정 2021-08-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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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법규 지적하자 “송구하다”고 답해
“우직하게 두들겨 맞는 타이슨 같은 정치 원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무 7조’ 상소문 형태의 청원글을 올려 화제가 됐던 조은산(필명) 씨가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난 후일담을 전했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달 23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 한 한식당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산 씨는 3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윤 전 총장과) 식사를 겸한 대화는 100분 가량 이어졌고, 많은 대화가 오갔으나 구체적 내용을 되짚기 힘들어 짧은 메모에 근거해 이 글을 남긴다”고 올렸다.

그는 “(윤 전 총장이) 먼저 ‘시무 7조를 읽고 시민의, 직장인의, 가장의 분노가 강하게 와닿아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는 ‘그 글로 인해 인생이 뒤틀렸다’ 답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글은 결국 사람의 삶에서 나오지만 때론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라 말했다”고 했다. 조은산 씨는 앞서 지난해 8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을 강하게 비판한 ‘시무 7조’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조은산 씨는 “인생이 뒤틀린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아 물었다. 조국 수사 왜 했느냐고. 국정원 수사에 이어 적폐 청산까지 마무리했으니 진보 진영의 화신으로 거듭나지 그랬냐 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조국 수사는 정의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었다. 그건 상식이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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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씨는 뒤이어 사회적 병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무너진 법규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고, 이에 윤 전 총장은 “권력자들이 죄를 지어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전체적 법질서의 붕괴를 가져오고, 그로 인한 피해를 국민들이 입게 된 것 같아 전직 검찰 총수로서 송구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시도는 있었지만 성공은 없었다”며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아이들,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 및 근로 무능력자를 향한 두꺼운 복지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산 씨는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 윤 전 총장에게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와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K.O를 노리는 타이슨 중에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고민없이 ‘타이슨’을 선택했다고 한다.

조은산 씨는 끝으로 윤 전 총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언론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보다는 선글라스 하나 걸치면 영락없을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에 가까웠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듣던 대로 달변가였다. 그러나 모든 걸 안다는 듯 말하지 않고 모든 걸 받아들일 것처럼 말했다”며 “그의 철학은 확고했고 그만큼 직설적이었다. 연이은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들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소 정제된, 그리고 정략적인 언사에 치중했다면 지금의 윤석열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산 씨가 3일 오전에 남긴 글. 블로그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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